“짝짝~짝 통일!” 섭씨 31도. 습도 54%. 그라운드에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비오듯 흐르는 8월의 ’삼복더위’속에 남북의 축구자매들이 조국통일을 열망하며 수준높은 여자축구의 향연을 펼쳤다.

비오듯 땀을 흘리면서 골을 쫓아 뛰는 남북자매들을 향해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한반도기를 흔들고 목청높혀 ’통일!’을 외치면서 뜨거운 응원열기로 양측 선수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줬다.

안종관 감독이 이끄는 남측 여자축구대표팀은 16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8.15대축전 남북 통일축구 여자부 경기에서 북측 대표팀을 맞아 선전했지만 아쉽게 0-2로 패하고 말았다.

지난 14일 북측 남자팀이 남측에 0-3으로 패했지만 북측 여자팀이 이날 남측을 꺾음으로써 남북이 광복 60주년을 기념한 이번 통일축구에서 사이좋게 1승씩을 나눠 가졌다.

한국 여자대표팀은 지난 4일 동아시아연맹(EAFF)여자축구선수권에서 치른 올해 첫 남북대결에서 1-0으로 승리하면서 15년만에 북한의 벽을 넘어섰지만 이번에는 북한 선수들의 뛰어난 체력과 골결정력에 앞에 승리를 내줬다.

이날 남북 축구자매들은 태극기와 인공기를 대신한 푸른색 대형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손을 맞잡은 채 그라운드에 입장해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남북 선수들 모두 동아시아선수권을 치르면서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는 상황이었지만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면서 킥오프에 들어갔다.

남측은 한송이-박은선을 최전방에 투입했고 이에 맞선 북측은 박경순-리금숙 투톱으로 맞불을 놨다.

전반 시작과 함께 남측의 수비진을 흔든 북측은 전반 3분 박경순의 헤딩슛이 골대 왼쪽을 스치듯 지나면서 첫골 찬스를 놓쳤다.
북측은 전반 8분 오른쪽 윙으로 나선 조윤미가 왼쪽 측면에서 리은숙이 올린 크로스를 골영역 왼쪽 구석께에서 멋진 왼발슛으로 남측의 골네트를 흔들었다.

반격에 나선 남측은 전반 23분 송주희의 왼쪽 크로스를 이지은이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오른발 인사이드킥으로 연결했지만 크로스바를 훌쩍 넘고 말았다.

남측은 전반 25분에도 박은선의 찔러주기 패스를 차연희가 이어받아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만들어 냈지만 슛으로 연결하지 못해 또다시 골찬스를 날렸다.

북측은 동아시아선수권에서 전반에 부상으로 제기량을 발휘못했던 팀의 ’기둥’ 진별희까지 교체투입하면서 친선전의 성격때문에 자칫 느슨해 질 수 있는 경기 분위기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북측의 강력한 미드필드 압박에 좀처럼 공격기회를 잡지 못했던 남측은 전반 38분 차연희가 또 한번 골키퍼와 독대했지만 충돌하면서 슛을 날리지 못했다.

북측은 후반들어 강한 체력을 앞세워 남측의 골문을 압박했고, 후반 29분 선제골 도움을 기록한 리은숙이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남측 수비수 2명을 제치고 기막힌 오른발슛을 날려 이날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마침내 주심의 종료 휘슬이 올렸고, 북측 선수들은 손을 맞잡고 남측 벤치와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남측 선수들 역시 북측의 김광민 감독과 일일이 악수를 했고, 남측의 안종관 감독도 북측 여자선수들의 등을 두들기면서 격려해 주는 따스한 장면을 연출해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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