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댐 상류 남한강과 북한강변은 365일 공사중이다. 강에 인접했거나 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땅은 평지와 산을 가리지 않고 완전 초토화되고 있다. 이처럼 한강변 자연이 송두리째 해체돼도 정부는 사실상 무대책이다. 공동주택 건립을 줄이려고 최근 환경부가 내놓은 대책 역시 원상 회복이나 중지와는 거리가 먼, 부분적 대안에 불과하다.

양평군 양서면 대심리와 복포리.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가 막 끝나는 곳이다. 조용한 강변마을이던 이곳은 대규모 전원주택 단지 개발로 마을 형태 자체가 바뀌고 있다. 한 눈에도 흉측하게 파헤쳐진 강변과 산중턱이 10여 군데나 들어오고, 나머지도 이미 온갖 모텔, 음식점들로 채워졌다. 70대 노인은 “3년전부터 외지인들이 몰려와 멀쩡하던 산을 하나 둘 없애더니, 이젠 마을 모양이 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건설업자는 “한강이 보여야 값이 나가니 강변이나 산중턱에 지을 수밖에 없다”며 무표정하다.

같은 양평군의 북한강변인 서종면 문호리. 이곳도 어느 대기업이 전망 좋은 산자락에 전원주택단지를 들였고, 도장리에선 공원묘지를 만들고 있다. 뒷산 역시 아름드리 나무를 잘라가며 산을 반이나 깎았다.

상류도 마찬가지다. 양평군 강하면 전수리와 강상면 세월리, 여주군 금사면 전북리와 그 상류까지 한적하던 강변과 산록 곳곳엔 ‘수려한 경관’ ‘미국식 통나무집’ 등 택지 분양과 건축 알선을 알리는 현수막과 입간판이 요란하다. 강상면과 강하면의 강변도로 주변은 러브호텔과 음식점들로 이미 포화상태다. 광주군 남종면 분원리에는 음식점·카페·모텔로 어지러운 와중에 대형 관광호텔까지 건립되고 있다.

강변만 망가진 것이 아니다. 어느 골짜기로 거슬러 올라가도 논밭을 밀어붙인 모텔·음식점과 산등성을 깎아낸 전원주택단지가 여지없이 줄을 선다. 퇴촌면의 대규모 토사 채취장에서는 산을 통째로 허물어 흙과 돌을 하남과 광주의 택지지구로 옮기고 있다. 골마다 주택단지가 난립하면서 원주민들은 산등성 약수터까지 올라가 먹을 물을 길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하수관이 부실해 ‘똥물’이 지하로 스며들기 때문에 더 이상 지하수를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린벨트권 안에서 섬처럼 예외로 남은 취락지역에는 고층아파트들이 어지럽게 솟아 경관을 망가뜨리고 있다. 남양주시 와부(덕소)에는 15~20층 짜리 삼익·진도·해태·현대·벽산·우성아파트가 한강변에 도열했고, 건영은 공사 중이다. 팔당호를 낀 양수리에는 17층 아파트가 들어섰고, 인근 용담리에서도 환경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22층에 53~81평 짜리 고층 호화아파트가 멀쩡하던 산을 헐어 부지를 닦고 있다.

카페와 여관들은 은밀한 계곡까지 찾아든다. 북한강변 서종면의 한 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깊은 골에 난데없이 카페촌이 나타난다. 이 계곡에선 카페 3개를 더 지으려고 그나마 남은 산을 깨끗이 뭉개고 있다. 무차별적 파괴 대열에는 관(관)도 합류해 있다. 강변 절벽까지 잘라대는 도로 공사가 대표적이다. 양수리~청평간 북한강변은 군데군데 10여개씩 산허리를 두부 썰듯 잘라냈고, 통째 꺾인 수목들이 토사 속에 나뒹굴고 있다. 팔당대교~팔당댐간 그린벨트 절벽도 한창 허물어져 내리고 있다.

팔당지역 주민 모임인 한강지키기운동본부 서선원(서선원) 집행위원장은 “형식적으로는 주민도 건축 허가 과정에 참여하지만, 현행법 자체가 산림 훼손을 막을 수 없어 문제”라고 한탄했다.

/정우상기자 imagine@chosun.com

팔당권 한강변 자연훼손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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