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지 않게 잘 모셔라.”

14일 오후 1시50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스피커를 통해 명령이 떨어지자 전투경찰 100여명이 ‘북한 대표단의 현충원 참배 반대’시위를 하던 ‘자유개척청년단’ 등 보수단체 소속 회원 27명을 강제로 경찰버스에 태웠다.

이들은 연행된 후 “경찰이 불법감금을 했다”고 항의했지만 경찰은 “불법시위를 해산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40명의 시위대를 막기 위해 동원된 경찰은 2600여명. 회원 1명을 60명이 넘는 경찰이 담당한 것이다. 일반인들 사이에선 “경찰이 너무 북측만 신경쓰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왔다.

‘8·15민족대축전’ 행사에 동원된 경찰의 대응을 보고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말이 나온다.

과거와 달리 이번 행사과정에서 경찰의 시위 통제 대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14,15일 이틀간의 행사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시민단체가 아닌 ‘김정일 타도’를 주장하는 진영이 경찰의 집중적인 통제를 받아야 했다.

‘대응 기준이 바뀐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합법적인 행사를 방해하려는 시위를 통제하게 돼있다”면서 “보(保)·혁(革)을 가리지 않고 행사 방해자에 대한 법집행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조의준기자 joyju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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