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민족대축전에 참가 중인 북측 당국및 민간 대표단이 14일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동작동 서울 국립현충원을 방문했지만 약식으로 참배 절차를 마쳐 그 배경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국 대표단장인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 비서 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과 민간 대표단 단장인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을 선두로 한 북측 대표단은 이날 오후 3시께 현충탑에 도착해 가볍게 고개를 숙여 ’묵념’을 한 뒤 약 5분만에 현충원을 나섰기 때문이다.

헌화와 분향, 묵념 순으로 진행되는 현충원의 공식 참배 절차 가운데 헌화와 분향 순서를 생략한 것이다.

3단계 순으로 진행되는 참배 절차가 간소화된 것은 북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참배는 8.15축전에 당국 대표단을 파견하는 문제를 협의하던 과정에서 북측이 5일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참배 의향을 전해온 뒤 남측이 9일 이를 수용하면서 성사됐기 때문에 북측의 절차 간소화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참배 절차는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사전에 조율했다. 북측의 참배 관행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북측은 김일성동상과 혁명열사릉 등 현충시설을 참배할 경우 꽃다발과 꽃바구니로 헌화를 하지만 분향은 하지 않는다. 분향 절차에 어색한 북측 대표단이 남측 현충시설에 쉽사리 향을 피우기가 어려웠던 점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현충탑 제단 앞에 놓여 있는 향로가 건군 20주년 기념사업으로 제작됐으며, 테두리에 향로 윗부분 원형테두리에 육.해.공군 및 해병대가 마크가 새겨져 있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헌화는 북한 주민들에게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는 게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즉, 김일성동상이나 남측 국립묘지격인 혁명열사릉을 참배하는 북한 주민들은 ’신심을 다해 존경한다’는 뜻으로 꽃을 바치고 있기 때문에 각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6.25전쟁 당시 산화한 호국영령들의 위패가 내부에 봉안된 현충탑 앞에 꽃을 바치는 것에 부담을 가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북측이 참배 절차를 간소화했다고 해서 참배의 취지가 퇴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충원 관계자는 “김기남 비서가 남측 기자들에게 ’민족화합을 위해 방문했다’고 말한 것은 참배 목적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대목”이라며 “헌화와 분향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참배의 뜻이 퇴색됐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통일부 관계자도 “이번 참배는 북측이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고 요청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냉전의 잔재를 털어내는 계기를 마련해 한반도 냉전종식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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