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7일 남측에서 개최되는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 민족대축전 행사에 참가하는 북측 대표단이 국립현충원을 전격 방문키로 함에 따라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직전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 참배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북한 임동원 당시 대통령 특사에게 “나도 서울에 가면 국립묘지를 찾아가 헌화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도 참배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발언은 김 위원장이 금수산기념궁전 참배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남북은 김대중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도착한 당일까지 참배 문제를 풀지 못했다.

하지만 회담 둘째 날 만찬 직전에 김 위원장이 “금수산기념궁전에 참배를 하지 않아도 좋다”고 통보했다고 임 전 특보는 전했다 김 위원장은 2002년 6월 당시 한국미래연합 대표로 방북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적절한 시기에 답방할 의사가 있다”며 “서울에 가면 박 대통령 묘소도 참배하고 싶다. 그게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박 대표는 전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표는 “김 위원장이 동작동 국립묘지를 방문하고 싶다는 의미로 이러한 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2000년 8월 방북한 남측 언론사 사장단을 만나 6.25 전쟁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 관심을 끌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6.25는 열강에 희생된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왜 책임을 지고 있습니까. 열강들이 부추겨 우리 민족을 희생하게 된 겁니다. 이제 계산은 그만하고 덮어놓을 것을 덮어놓고 통일이라는 큰 대업에 서서 인민들을 위해 선구자 역할을 언론이 해 줘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런 발언은 이번 북측 대표단의 현충원 참배의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는 ‘6.25 전쟁 책임에 대한 유감 표명’ 혹은 ’미래지향적 과거사 털어내기’ 포석이라는 분석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 “평가는 후세가 해야지 동참자들이 말해서는 안 됩니다. 그 때 그 환경에서는 유신이고 뭐고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며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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