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열·정치부 dykwon@chosun.com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11일 한 인터넷 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이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에 복귀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을 받으면 회원국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향유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며 “우리는 미국과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북핵 6자회담이 결론을 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북한에 평화적인 핵 이용 권리를 주느냐는 문제였다. 정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북한은 권리가 있다. 미국은 반대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틀 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공식 내외신 브리핑 현장에서 한 기자가 “NPT 복귀 후 북한의 권리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뭔가”라고 물었다.

반 장관은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답답한 마음에 기자가 다시 “다른 나라는 다 입장을 밝히는데 왜 우리만 못 밝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반 장관은 “NPT 회원국들이 IAEA 사찰을 받게 되면 평화적 핵 이용 권리가 있다. 그러나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신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6자회담이 열린 2주 동안 다른 5개국은 모두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우리 대표단은 각국 언론의 잇따른 질문에 끝까지 침묵했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기 뭐했을 법도 하다. 또 협상 중인 사안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고려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외교부 협상팀과 장관은 이를 공개하면 안되고 통일부 장관은 공개해도 되는 건가. 또 외교부 장관은 미·북을 배려해야 하고 통일부 장관은 그렇지 않은 건가.

‘통일부 산하 외교부’라는 세평이 그래서 나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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