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8·15' 세가지 풍경
“태극기도 대~한민국도 안돼” 관람원칙 논란
통일부 “北측 자극하지 않는 것은 오랜 관행”


“경기장에 태극기를 갖고 들어갈 수 없고,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도 외쳐서는 안 된다.” 서울에서 ‘자주 평화통일을 위한 8·15민족대축전’을 개최하는 공동준비위원회(이하 공준위)가 14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남북 통일축구 때 이같은 원칙을 적용하기로 하자 이에 반발하는 여론이 거세다.

광복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한다면서 태극기를 못 흔든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입장권을 특정 시민 단체를 통해 제한적으로 배포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높다.

◇ 경기장엔 태극기, 전광판에는 인공기…. 지난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한국?북한전 식전 행사 장면. /조선일보 DB사진

◆경기장 태극기 반입 금지

공준위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경기 당일 모든 유인물, 현수막, 깃발 등 응원도구와 선전에 이용되는 개별 물품을 반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준위의 이재규 부대변인은 10일 “북측 대표단이 모인 자리에서 인공기를 소각하거나 불필요한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태극기 등 응원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행사의 원칙”이라고 그 이유를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도 “단일기 중심으로 행사를 치르고 북측을 자극하지 않는 것은 오랜 관행일 뿐 이번에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1990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통일축구 때 북한 관중들은 태극기와 인공기 대신 남북한 단일기를 흔들며 응원했다.

2002년 9월 유럽코리아재단이 서울에서 개최한 남북 통일 축구 때도 같은 원칙이 적용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태극기 반입 금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자 주최측이 사실상 태극기 응원을 허용했다.

◆입장권 차별 배포 논란

준비위는 입장권 6만5000장 중 축구협회 몫 1만장을 제외한 5만5000장을 220여 회원 단체를 통해 배포할 계획이었다.

기념 배지 값으로 1인당 2000원씩 받기로 했지만 사실상 무료나 다름 없다. 2002년 통일축구 입장권은 1등석 5만원, 2등석 4만원, 3등석 3만원이었다.

최근에 끝난 동아시아선수권 입장권이 1만~3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상당한 특혜다. 축구경기에 앞서 오후 4시30분부터는 다양한 개막행사도 열린다. 이번 축전에는 220개 단체가 내는 참가비 외에 10억원이 넘는 국고가 지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입장권을 구할 수 없게 된 일반 시민들은 개막식과 함께 열리는 축구경기 입장권이 시민단체를 통해 제한적으로 배포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주최측은 10일 “5만5000장 중 7000장을 떼내 11일 낮 12시부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선착순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공준위 이재규 부대변인은 “축전 개막식과 함께 열리기 때문에 일반적인 축구 경기와 같은 방법으로 입장권을 판매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축구대표팀 응원단인 붉은악마는 “우리 목적은 한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것이므로 공동응원의 조건이 붙은 남북축구에는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헌표기자 bowler1@chosun.com
박란희기자 r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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