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 김윤규 부회장의 개인비리 혐의가 18일 불거진 것과 관련, 김 부회장의 입장이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그가 이미 사퇴를 준비중이었다'는 주장이 현대그룹 안팎에서 제기됐다.

이에따라 김 부회장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지만 갑작스럽게 비리 혐의가 불거지면서 오히려 그룹 발표에 반발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날 "정몽헌 회장 2주기인 지난 4일 창우리 선영을 찾았을 때 김윤규 부회장과 만났는데 그가 정몽헌 회장 묘소를 참배한 뒤 `만감이 교차한다. 이제 명예롭게 물러나야 될 것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화제로 이야기중이었는데 갑자기 이같은 얘기를 꺼냈다"면서 "개인 비리 문제가 부담이 됐는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도 "김 부회장이 최근 일부 임원에게 `이제 물러날 때가 된 것같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김 부회장은 언행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와 6월 금강산관광 100만명 돌파 때 가진 인터뷰에서 `대북사업은 이제 시작이다. 아직 하산하기는 이르다'며 의욕을 보이던 것과는 다른 것이어서 그의 심경 변화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대해 현대 관계자는 "윤만준 사장이 3월에 부임하면서 입지가 좁아지는 것에 불안해 하며 힘을 키우고자 했지만 사내 여론이 사퇴 쪽으로 완전히 기운 것을 인식하고 최근 물러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그룹이 그의 개인 비리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것도 그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명예롭게 물러나는 쪽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김 부회장이 무슨 대단한 비리에 연루된 것처럼 부각되며 모양새가 이상하게 됐다"면서 "비리라고 하기에도 부적당할만큼 미미한 사안"이라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대북사업에 큰 공을 세운 분이신 만큼 아름답게 물러나도록 도와줘 앞으로도 대북사업에 힘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윤규 부회장은 현재 시내 모처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김 부회장이 당초에는 조용히 물러날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개인비리 혐의가 불거지면서 불명예 퇴진하기보다는 우선 자신의 결백을 호소한 뒤 시간을 두고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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