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작년 말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에 의뢰, 북한의 인권탄압 실태에 대한 첫 보고서를 최근 제출받은 것으로 7일 확인됐다.

본지가 입수한 ‘탈북자 증언을 통해서 본 북한인권 실태조사’란 제목의 보고서는 모두 170여쪽 분량이다. 탈북자 50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와 하나원(탈북자 사회정착 지원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탈북자 100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로 이뤄져 있다.

그동안 인권위는 초등학생의 일기장 검열, 중·고등학생의 두발 문제 등에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왔다. 그러나 북한인권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남북관계 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번 용역 보고서와 관련, 연구소 관계자는 “인권위가 안팎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의사표시를 해야한다는 요구를 받아왔다”며 “객관적인 판단 자료를 갖기 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고서 첫 페이지에는 ‘이 보고서는 용역 수행기관의 연구결과이며 국가인원위원회의 입장과는 무관함을 밝혀둡니다’라고 적혀 있다. 인권위 관계자도 “내부 참고 자료일 뿐 인권위의 공식 보고서로 발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그동안 알려진 것들이 대부분 사실과 부합하는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

북송된 탈북자는 북·중 국경지역의 무산·청진 집결소나 혜산의 ‘927사무소’에 끌려가 인권 유린을 당했다. 한 탈북자는 “처음 끌려가면 옷을 모두 벗고 앉았다 일어섰다를 50번 반복하는데 돈을 항문 등에 숨겼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또 “수용소에서 임신한 여자가 아기를 낳으면 아기 코가 땅에 닿도록 엎어둔다. 아기가 울면서 버둥대면 엄마는 가슴을 쥐어뜯고, 그냥 눈물로 세월을 보낸다”고 했다. 그러면 안전원이 와서 “아기 우는 것 봐서라도 다신 중국에 가지마라”고 윽박지른다고 전했다.

임신부의 배를 발로 차서 낙태를 시킨다는 증언도 나왔다. ‘탈북하다 잡힌 여성의 강제낙태를 아느냐’는 질문에 탈북자 100명 중 3명이 “직접 경험했다”, 56명이 “봤거나 소문을 들었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가장 중요한 탈북 원인으로 ‘식량 문제’를 꼽았다. ‘굶어죽은 사람을 직접 봤다’는 탈북자도 100명 중 64명이었다. 한 여성 탈북자는 “식량난이 심각했던 1995~98년에는 아침마다 시체를 보고 출근했다”고 했다. 또 “시장에선 굶어죽은 시체가 옆에 있는데 떡장사를 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안용현기자 justic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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