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과 함께 어울린 평북 향산군 향산고등중학교 선생님들. 유머있고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단연 인기가 높다.
/북한 화보 '조선'에서

북한에 ‘스승의 날’은 없다. 대신 김일성이 77년 ‘사회주의 교육에 관한 테제’를 발표한 9월5일을 ‘교육절’로 정해 놓았는데 이날 선생님들은 수업을 하루 쉬고 학생들로부터 선물과 꽃다발을 받는다.

북한에서 교원(교사)의 권위는 남한에 비해 압도적이다. 사회 전반의 권위주의적 성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교사의 권한과 권위 자체도 대단하다. 학생들은 선생님께 무조건 복종하게 돼 있다. 누구도 교사의 지시를 거역하거나 반항할 수 없다.

북한에서는 첫 학년 때의 학급과 담당교원(담임교사)이 졸업 때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인민학교는 4년간, 고등중학교는 6년간 함께 한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학생 한명 한명에 대해 모든 걸 자세히 파악하고 있고, 사제간의 정도 두텁다. 선생님의 헌신적인 애정과 관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선도되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흔하다.

‘사랑의 매’ 는 북한의 학교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원칙상 학생을 때리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체벌은 흔하다. 몰래 담배를 피우거나 조직규율을 위반하는 학생들은 교사로부터 사정없이 지시봉으로 맞는다. 교사에게 별명을 붙여 부르다가 걸리면 생활총화 때 눈물 나도록 비판받는다. 고등중학교에 새로 부임하는 젊은 여선생님들은 남학생들의 짖궂은 놀림에 시달리기도 한다.

북한에서 학부모가 담임선생에게 뇌물을 주는 것은 흔한 일이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담임선생의 지도와 추천이 필요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경쟁이 만만치 않다.

평양이나 도 소재지의 일부 학교에는 고위층 자녀들이 많아 교사들이 골머리를 썩기도 한다. 부모를 믿고 교사에게 대들기도 하고 말썽을 피우는 학생들은 처리가 곤란하다. 학생을 때리거나 처벌했다가는 위에서 압력이 들어오기 일쑤다.

북한에서 교사들의 지위는 높은 편이다. 교사선발 기준도 까다롭고 대우도 괜찮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교사의 권위도 많이 약해지고 있다.

신의주에서 고등중학교 교사를 지냈던 김은철(31) 씨는 “교과서와 교육 기자재 등이 공급되지 않아 교육 자체가 거의 형식화 됐다”면서 “이전에는 무단 결석이 거의 없었지만 최근에는 배고픔 때문에 무단결석이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잦다”고 말했다.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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