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 북핵 6자회담에서 공동발표를 위해 논의되고 있는 ‘원칙선언문’에 남북비핵화공동선언의 유효성을 재확인하는 문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과 미국을 비롯한 각국 대표들은 6자회담의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의지 표시로 남북비핵화공동선언을 재확인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외교소식통들이 29일(현지시간) 전했다.

특히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측은 이 공동선언에 “남과 북은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목은 북한이 인정한 플루토늄 재처리는 물론 북핵문제 해결의 핵심 관건으로 존재 여부가 논란되고 있는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문제와 비핵화 범위 등의 쟁점을 아우를 수 있다는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원칙선언문에 관한 각국 대표간 논의에서 “남북비핵화공동선언이 의제의 하나인 것은 사실”이라며 “이 선언이 핵 재처리를 명시적으로 금지한 (세계) 유일의 문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비핵화공동선언이 원칙선언문에 들어갈 경우 미국측에서 보면 북한의 HEU 프로그램 폐기도 포함됐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북한이 그동안 HEU의 존재를 부인해왔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보면 없는 것을 다룬 만큼 (근거가) 미약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점이 미국 입장에선 HEU 문제를 나중에 제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북한 입장에선 HEU의 존재를 시인하지 않으면서 교착상태의 북핵문제 돌파구를 뚫는 우회로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8일 미 공영 TV인 PBS와 인터뷰에서 남북비핵화공동선언의 존재를 강조하며 ”남북 어느 쪽도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재처리와 농축 능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었다“며 ”남한은 이를 준수했으나 북한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라이스 장관은 ”따라서 북한이 명백히 해야 할 일은 그 선언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비핵화공동선언은 ”남과 북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는 점도 6자회담 원칙선언문의 내용으로 주목된다.

이와 관련,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 주장에 대해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모범 회원국이 될 경우 그같은 권리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게 아니라, 북한이 (현 시점에서) 그 권리를 꼭 행사해야 하느냐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해 주목됐다.

일부 외신은 이를 ”조건부 허용 시사“로 해석하고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엔 민간 핵 프로그램도 안된다“며 이 해석을 부인했으나, 힐 차관보의 말은 ’방법과 시기’에 관한 협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남북비핵화공동선언은 또 ”남과 북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해“ 남북 상호사찰 원칙을 밝히고 있는 점도 원칙선언문 내용의 유용성 측면에서 주목된다.

매코맥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남북비핵화공동선언에 따르면 상호사찰을 위해 주한미군 시설들도 사찰 대상이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핵프로그램 폐기나 부재의 검증은 6자회담 맥락속에서 이뤄질 협상의 문제“라며 ”검증 문제도 6자회담 맥락에서 제기되고 논의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남북비핵화공동선언은 1991년 12월 채택되고 이듬해 1월 당시 정원식 총리와 부간 연형묵 총리간 서명을 거쳐 2월 발효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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