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대통령 전선거참모 딕 모리스

“역사는 클린턴에게 매우 호의적일 것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스캔들보다 그가 한 일을 더 기억할 것입니다. ”

한때 클린턴 대통령의 1급 선거참모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다가 섹스 스캔들로 도중하차했던 딕 모리스(53·사진)는 16일 홍콩에서 만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터넷 기업 ‘vote.com’을 설립해 사업가로 변신, 이날 오전 크레디 리요네 증권 아시아법인(CLSA)이 주최한 ‘투자가 포럼 2000’에서 주제발표를 마쳤다.

그는 클린턴을 해리 트루만 대통령(1945~1953 재임)에 비유했다. “트루만은 공산주의와 한국전쟁, 부패문제를 잘못 다룬 탓에 불과 27%라는 최악의 지지율로 물러났으나 지금은 그의 업적만이 기억되고 있습니다. 아무도 당시 국방장관의 스캔들과 자살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

딕 모리스는 클린턴 업적으로 국내적으로 경제적 성공과 2차대전 이후 누적돼온 재정적자 행진을 종식시킨 점, 민주당 소속 답지않게 복지연금 수혜자 수를 절반으로 줄인 점, 범죄율 감소 등을 들었다. 국제적으로는 북한을 달래 핵무기 등 무력도발 가능성을 줄이고 중국과의 관계개선, 아일랜드 및 중동 지역의 화해정책 유도 등을 클린턴의 치적으로 꼽았다.

“냉전이후 역대 미 대통령은 늘 힘세고 강한 정책과 자세로 임했지만, 클린턴은 부드럽고 상대방을 감싸는 듯한 외교정책을 구사한 최초의 대통령입니다. 중국은 이제 미국을 친구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북한도 자세가 달라졌습니다. ”

모리스는 클린턴이 르윈스키 사건을 비롯, 각종 섹스 스캔들로 시달려왔지만 향후 대통령은 더이상 그런 문제로 왈가왈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클린턴은 은퇴후 자주 초조해지거나 성도 내고 체중도 늘며 만사 행복하지 못한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힘이 넘치는데 그걸 못 받으니 늘 불만스럽고 한심한 거죠. 스포트라이트는 클린턴에게 태양열 에너지같은 겁니다. ”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를 다시 받기 위해 클린턴은 브루킹스 연구소나 후버 연구소 같은 ‘싱크 탱크’를 차릴 것이 분명하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모리스는 1982년 클린턴이 아칸소 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때부터 인연을 맺어 그의 선거 및 정치 참모로 일하며 ‘백악관 최고 실세’로 군림해왔다. /홍콩=함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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