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북 중대 제안으로 200만 ㎾ 전력을 공급하는 대가로 북한 함경남도 금호지구에 건설 중인 경수로 공사의 중단을 언급, 귀추가 주목된다.

금호지구에 건설되고 있는 경수로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 따른 산물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동결 조치에 대한 대가로 에너지난을 해결할 수 있도록 매년 200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경수로 2기를 건설해주고 완공 때까지 매년 중유 50만t을 공급해주기로 북한과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03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한.미.일.EU가 참여하는 KEDO(한반도에너지기구)가 95년 3월에 탄생했으며 총 46억 달러(합의 당시 추산비용) 가운데 한국이 공사비의 70%인 32억 2천만달러, 일본 10억달러, 미국은 중유 등을 맡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경수로 사업은 2002년 10월 미국이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의혹을 제기하면서 중대 고비를 맞았고 2003년 8월에 개최된 6자회담 직후인 2003년 12월 1일 공사가 중단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은 경수로에 11억2천만 달러를 투입했다. KEDO 역시 차관 방식으로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약 13억달러, 일본국제협력은행으로부터 약 4억5천만달러의 빚을 내 건설비용을 조달했다. 실제로 경수로 계획이 백지화 될 경우 이 빚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경수로 건설을 담당하고 있는 KEDO의 운명도 경수로 건설 중단과 함께 할 것으로 예상된다. 찰스 카트먼 사무총장이 오는 8월 퇴진하기로 돼 있으나 아직도 후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경수로 중단은 이미 들어간 돈보다 건설을 재개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 총 46억 달러 정도로 추정한 공사비 역시 지연 등으로 인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얼마가 될지 종잡을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미국은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뒤 경수로 역시 북한의 핵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어 북한이 중대제안을 수용한다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 역시 언제 완성될지 모르는 경수로를 마냥 기다리는 것은 실익이 없고 2008년이면 200만 ㎾의 전력을 직접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경수로 건설은 제네바 기본합의문의 핵심 가운데 하나이다. 경수로 건설의 백지화는 제네바 기본합의문의 ‘백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군비통제실장은 이와 관련, “제네바 합의는 양측 모두가 폐기됐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동영 통일장관은 금호지구 경수로 발전소 부지의 향후 용도에 대해 “앞으로 북핵문제가 완전해결되고 이후 국제사회의 신뢰와 협력을 얻어 남북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시설로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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