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제협력추진위 제10차 회의는 11일 남북 광공업 분야 협력 등을 골자로 한 12개항에 합의했다. 박병원 재경부 차관(오른쪽)과 최영건 북한 건설건재공업성 부상이 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남북한은 내년부터 경공업·광공업 분야에서 상호 보완적 경제 협력사업을 추진해 나가기로 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12개 항의 경제협력추진위 10차 회의 합의문을 11일 발표했다.

많은 분야의 합의가 이뤄졌으나 이 중에는 이미 의견을 같이했던 부분도 있어 결국 북측의 실천 의지가 중요하게 됐다.



◆ 상호 보완적 광공업 협력이란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측이 자본·기술을 대 북측의 천연자원을 개발하고 일정량을 북측으로부터 다시 우리측으로 들여오는 방식의 협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 내에 매장량이 풍부하지만 채굴 기술과 자금이 없어 제대로 캐내지 못하고 있는 아연·납·마그네사이트 등 광물을 공동으로 채굴하는 방안, 탄광의 공동 개발 등이 우선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공업 협력은 수산물 가공공장 설립 등이 논의되고 있다.

◆ 쌀 50만t은 국내 보유분부터 지원

우리측은 북측이 요청한 쌀 50만t을 차관방식으로 이르면 8월부터 지원키로 했다. 차관조건은 연리 1%에 10년 거치, 20년 상환이라는 기존의 지원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차관금액은 쌀 1t당 국제 시세인 300달러(50만t의 경우 총 1500억원)로 계산하되 일부는 정부 보유미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외국에서 사서 주기로 했다.

당국자는 “북측의 다급한 식량 사정을 고려, 육로를 통해 정부 보유 쌀을 우선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 분단 후 첫 철도 운행 가시권

남북은 경의선·동해선 철도의 시범 운행과 도로 개통식은 10월에 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8월 중 철도 연결 구간의 노반 실태를 공동 점검키로 했다.

철도 시범 운행과 도로 개통식은 작년 3월 8차 경협위 합의사항이었다. 따라서 이번 합의는 16개월 전의 합의사항을 재확인한 셈이다.

이번 합의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남북 간에 분단 이후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열차가 오가게 될 전망이다.

현재 철도의 경우 경의선은 남쪽 12km, 북쪽 15.3km 공사를 완료했고, 동해선은 남측 구간 7km, 북측 구간 18.5km의 궤도 부설공사를 모두 마친 상태이다.

도로의 경우 2004년 11월 말 경의선·동해선 도로 연결 구간 공사를 모두 완료했다. 문제는 약속사항의 실천이다.

◆ 경협사무소로 직거래 가능

우리측 기업인들이 대북 직거래 창구로 활용할 수 있는 남북 경제협력협의사무소를 9월 개성에 개설키로 한 점도 눈길을 끈다.

경협사무소는 남북이 함께 운영하는 첫 상설 기구다. 이곳에는 통일부와 북측의 민족경제협력연합회 등 남북 당국자들이 상주하면서 남북간 교역과 경협사업을 측면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이밖에 수산실무협의회 첫 회의를 25~27일 개성에서 열기로 했다. 또 서로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이해 증진을 위해 연내에 양측의 경제 시찰단이 상대방 지역을 방문키로 했다.

◆ 달라졌다는 회담문화 ‘무색’

남북 장관급회담때 달라졌던 회담문화는 경추위에서 다시 원위치됐다. 남북은 대략의 합의문 문안에 합의해놓았지만 북측이 평양의 훈령을 기다리는 데만 6시간 이상을 허비했다.

결국 합의문 발표도 자정을 넘겨 이뤄졌다. 전날 프레스센터까지 찾아와 “회담문화가 많이 바뀌었는데 언론이 많이 홍보해달라”던 우리측 회담 관계자조차 정작 합의문 발표가 지연되자 “아직은 몇 번 더 과정을 거쳐야겠다”고 했다.
/ 권경복기자 kkb@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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