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0차 회의에서 나온 12개항의 합의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이른바 ‘새로운 방식’의 경협 시도다.

합의문에도 제1항에 배치됐고 내용도 4개 문장에 걸쳐 가장 길었다.

이 ‘새로운 방식’이 회담장에서 북측에 의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는 게 우리측 회담 관계자의 설명이다.

북측 최영건 위원장은 경협위 첫 날인 9일 회의장 겸 숙소인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우리측 대표단과 가진 환담에서 “새 각도에서 새 힘으로 하자”는 선언에 가까운 발언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방식’에 대한 제안을 예고했다.

그는 다음날 전체회의에서 “서로 가진 자원과 자금, 기술을 가능한 한 동원해 이용하면서 민족의 힘을 하나로 합쳐 더 큰 힘을 키워나가는 민족공동사업을 발전시키자”며 남북 경제의 상호보완적인 측면을 부각했다.

이런 언급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로운 방식’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서로 융통하는 유무상통(有無相通)과 상생(相生)의 개념을 깔고 있다.

또 그 목표는 민족의 공동이익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풍부한 숙련공과 지하자원이 북측의 장점이라면 남측에는 기술과 자본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서로 장점을 나눠 부족한 점을 보충해준다는 것이다.

우선 협력 분야는 소비재 중심의 경공업 분야와 지하자원 개발로 잡았다.

소비재 원자재를 우리측이 제공하는 대신 북측은 마그네사이트와 석탄, 아연 등 지하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를 허용하는 형태에 합의하면서 서로 주고받는 형식을 취한 것이다.

북측에서 인민소비품(생활필수품) 부족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지금도 경공업 분야의 정책 목표는 생필품 증산과 품질 제고에 맞춰져 있다.

예컨대 1984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유휴자재와 폐품을 활용해 다양한 소비품을 만들도록 지시하면서 유래한 이른바 ‘8월3일 인민소비품’의 생산이 아직도 이뤄지고 있는 점을 보면 그 심각한 사정을 엿볼 수 있다.

우리측은 이런 북측의 사정과 요청을 감안해 내년부터 의복류와 신발, 비누 등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각각의 원자재를 선뜻 제공키로 하고 광물 개발에 대한 투자권과 생산물 반입을 허용받았다.

우리측에서는 이미 공기업을 중심으로 광업 분야 협력을 모색해 왔다.

대한광업진흥공사는 북측 삼천리총회사와 황해남도 연안군 정촌리의 흑연광산 을 개발, 20년 동안 연간 3천t씩 채광하는 협력사업을 2003년 정부로부터 승인받았다. 최근에는 한반도 최대 철광인 함경북도 무산철광 현대화 작업도 구상 중이다.

한국석유공사의 경우 경협 차원에서 북측 서해 및 발해만의 유전 개발에 참여하는 방안을 놓고 지난 해 자료를 수집하는 등 검토작업을 벌인 바 있다.

최근에는 대한석탄공사가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측과 북한 내 탄광의 공동개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북측과 접촉을 시도했다.

개별적으로 벌어지는 이런 움직임에 올 8월 실무자 협의를 시작으로 남북 당국이 직접 관여한다면 제도적 뒷받침은 물론 체계적인 추진을 통해 종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런 ‘새로운 방식’은 북측이 제안한 ‘신(新) 경협 구상’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입안 중인 이른바 ‘7대 신(新)동력’과 맞물려 남북 경협에 새로운 장을 열어갈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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