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이 우리나라(북한)를 방문한 미국 사람들 가운데서 우리를 이해한 첫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김일성 주석이 1992년 4월 처음 북한을 방문한 세계적 부흥전도사 빌리 그레이엄(86) 미국 목사에게 한 말이다.

그레이엄 목사가 부시 미국 대통령 부자로부터도 각별히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핵문제로 북한과 미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의 최고 지도자인 조지 부시 대통령 부자와 김일성 주석 부자 모두의 신임을 얻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7일 입수한 북한 월간 '금수강산' 7월호에 따르면 김 주석은 1992년 방북한 그레이엄 목사에게 "미국 사람들은 우리에 대하여 너무도 많은 것을 모르고 있다"면서 그가 북한을 이해한 첫 미국인이라고 치켜세웠다.

김 주석은 "사실 우리 두 나라 인민들이 서로 배우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와서 현실을 직접 보아야 북조선 사람들의 머리에 뿔이 나오지 않았으며 무섭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레이엄 목사에게 "두 나라 사이에 비록 국가관계가 없지만 자주 오라"고 하면서 "당신의 부인이 평양에서 오랫동안 공부했기 때문에 평양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꼭 함께 오라"고 당부했다.

당시 그레이엄 목사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를 가지고 방북했다.

그레이엄 목사는 북.미 간 관계정상화를 지지한다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김 주석에게 직접 전달했으며 김 주석도 양국간 관계 증진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답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이엄 목사와 북.미 양국 최고지도부의 인연은 대를 이어 계속되고 있다.

그레이엄 목사가 김 주석의 아들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1998년 김 위원장에게 생일 56돌(2.16) 축전을 보냈다.

또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들인 넬슨 그레이엄 목사와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가 1995년 11월, 2000년 5월과 2002년 6월 각각 방북해 김 위원장에게 선물을 전달했다.

그레이엄 목사와 부시 현 대통령의 인연은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레이엄 목사는 부시 현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로, 부시 대통령은 40세가 될 때까지 알코올 중독에 빠질 정도로 무절제한 생활을 하다가 그레이엄 목사를 만난 뒤 새롭게 태어났다.

그레이엄 목사는 현재 파킨슨병 등을 앓고 있지만 여전히 부시 대통령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의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백악관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로 알려졌다.

한편 김 주석은 그레이엄 목사가 1994년 1월 두번째 방북했을 때에도 "조(북).미 두 나라 사이에 국가관계는 없지만 우리들 사이의 친분관계는 계속 두터워지고 있다"며 "서로 자주 래왕(왕래)해야 신뢰가 더욱 두터워진다"고 말했다.

김 주석은 그레이엄 목사로부터 빌 클린턴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전달받고 "당신은 미국 사람들 중에서 우리나라를 이해한 첫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우리 두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더 많이 하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그레이엄 목사가 북·미 최고지도자 모두와 이처럼 각별한 인연이 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미간 갈등과 대립을 풀기 위해 그레이엄 목사 일가의 중재 역할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도 내놓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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