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대표단의 북한방문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의 일본에서의 체포 및 추방 등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두건의 사건은 '북한체제가 서방에 지나친 양보없이 고립에서 탈피하기를 원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브레먀 노보스테이지(紙)가 7일 분석했다.

신문은 김위원장이 지난주 평양에서 예란 페르손 EU 대표겸 스웨덴 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EU 대표단을 접견, 자신이 웃을 수 있고 서류없이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박학하다는 점을 과시했다고 전하고, 이는 김위원장이 EU 대표단을 통해 미국에 자국의 건설적인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김위원장은 이어 오는 2003년까지 탄도 미사일 개발 계획을 유예할 것이라는 방침을 EU 대표단에게 밝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얻은 한편, '미사일에 대한 구매자가 나타나면 언제든 수출할 것'이라고 공언함으로써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에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의 보상문제 논의로 복귀할 것을 암시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한스 달그렌 스웨덴 외무부 차관은 김 위원장의 미사일 수출 발언을 순수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해석하고 '만일 미사일 수출 금지에 따른 손실을 누군가 보상하게 된다면 그들(북한)은 기꺼이 수출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이어 미국이 지난해말 북한측과 미사일 수출 중단에 대한 보상문제를 타이트하게 논의했지만 현재 이같은 논의는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페르손 총리가 '우리는 미국을 대체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듯이 남북한간 접근 문제는 미국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EU가 (북한의) 국제금융기구와의 협력 및 에너지분야 복원 논의를 위해 조만간 전문가 두팀을 북한에 파견할 예정으로 있는 등 EU 역시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자국내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고개만으로 긍정을 표시함으로써 자국내 인권문제를 논의하게 될 대표단을 올 여름 브뤼셀에 파견키로 동의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홍콩 총독시절의 경험으로 아시아 공산주의를 잘 알고 있는 이번 대표단의 일원인 크리스토프 패튼 EU 대외관계 담당 집행위원은 '북한이 진실로 국제 사회의 큰 원조에 개방할 것을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모스크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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