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여자프로복싱대회에서 이북 출신 실향민 국제심판이 2명이나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국제심판 조만식(59)씨와 배응명(60)씨.
평양에서 태어난 조만식 심판은 3살이던 1945년 남쪽으로 내려왔고 그 뒤로 다시는 평양 땅을 밟지 못했던 것.

지난 25일 한국프로복싱대표단의 일원으로 생애 처음 평양 땅을 밟은 조씨는 “물론 너무 어릴 때라 그 당시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 김치를 먹으니 어머니의 손 맛이 느껴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주변 이북 출신 선배들로부터 대동강 사진을 찍어오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그는 “평양은 부친께서 정말 한번 와보고 싶어하신 곳이다. 평양 흙을 가져가서 아버지 산소에 뿌리고 싶었지만 반입이 안된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28일 북한 선수들이 출전하는 세계여자권투협의회(WBCF) 주심을 맡게 된 조씨는 “감격스러움을 떠나 심판으로 객관성을 유지할 것이다.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다면 9월 서울대회에서도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고 덧붙였다.

평안북도 구성이 고향인 배응명 국제심판 또한 사연이 애절하다.

부친이 의사였던 관계로 해방 후 3살 때 서울로 내려온 배씨는 평안북도 출신인 부인과 만나 살림을 꾸렸고 이후 고향 방문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모친의 꿈이 고향에 가보는 것이다. 내 자식들이 고향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이북도민회에 함께 나간다. 평양에 오다니 정말 꿈만 같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밖에 세계 최연소 한국 세계여자프로복싱 챔피언 김주희의 프로모터인 황기씨의 고모부 이교수(81)씨는 23살까지 개성에서 살다가 부모, 형제 그리고 부인을 두고 1950년 월남했다면서 평양 방문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