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는 26일 “한국정부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를 계속 거부할 경우 어떤 결과가 발생할 것인지에 대해 평양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면서 “불가피한 상황이 오면 단호하게 채찍을 들 준비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또 한반도 통일에 대해선 “남북한이 대화와 합의를 통해 통일을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보다는 예기치 못한 (북한의) 급변사태 결과로 통일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주장했다.

이어 이 전 총재는 현재 한미동맹관계에 대해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 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동맹관계를 진정으로 호혜적(reciprocal)인 관계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2년12월 대선 패배 후 도미(渡美), 스탠퍼드대학 후버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했던 이 전 총재는 이날 출판된 ‘한반도 장래와 동북아 안보’라는 도미 연구활동 논문에서 북핵.통일.한미동맹 등 현안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북핵문제와 관련, 이 전 총재는 북한의 궁극적인 핵개발 목적이 체제유지를 위한 협상수단인지, 핵보유 자체인지 견해가 갈려있다고 지적한 뒤 “궁극적 목적이 무엇이든 핵무장국이 되겠다는 북한의 집념은 확고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당분간 정체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 “정체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이를 북한이 핵개발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핵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조기해결을 주장했다.

그는 특히 “상당수의 한국민들이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걱정스럽다”면서 “우리 대북정책의 최우선순위는 핵문제의 해결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 핵위협에 대처함에 있어서 한미간의 확고한 공동전선보다 나은 전략은 없다”면서 “미국은 대북협상에 있어 보다 신축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는 반면 한국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한미공조를 강조했다.

북한장래에 대해선 ▲현체제.정책 유지 ▲개혁.개방 연착륙(soft landing) ▲북한체제 붕괴 등 3가지로 상정한 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연착륙이지만 개혁개방과정에 현 체제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어 실현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했다.

그는 “붕괴시나리오와 관련해 한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국 등 주변국들의 개입 가능성”이라며 “주변국의 개입은 분단을 영구화할 뿐만아니라 한반도를 다시 동북아 강대국의 각축장으로 만드는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급변사태로 인한 통일 가능성이 높음을 지적한 뒤 “어떤 방식으로 통일이 되든지 과정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동북아 4강과 관계강화, 비핵화 선언 등 대(對) 국제사회 공약 성실이행,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반하고 동북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비핵.평화애호의 통일한국 천명 등을 제시했다.

한미동맹과 관련, 이 전 총재는 “놀랍게도 상당수 한국인들은 미국, 주한미군을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동맹으로서 보다는 남북화해의 걸림돌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불어닥친 남북화해의 바람은 북한과 미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종래의 인식에 큰 변화를 초래했으며 최근의 반미감정의 확산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재는 “한미동맹을 해체하거나 약화시키는 것은 결코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면서 “동맹관계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고 강화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동맹의 존재이유와 성격, 형태 등이 새로운 현실에 맞도록 조정돼야 한다”며 한미간 호혜적인 관계 조성을 역설했다.

특히 그는 “호혜적 동맹의 핵심은 동맹국들이 호혜적인 공헌 내지 기여를 하는 데 있다”면서 “만약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억제력(deterrence)이나 안보보장(reassurance)을 기대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호혜적 기여를 할 각오를 해야하고 미국도 일방주의나 오만은 금물이며 한국을 미국과 대등한 동반자로서 존중하고 동맹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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