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鄭東泳) 통일부장관은 17일 단독 면담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 “시원시원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런 느낌을 갖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이번에도 김 위원장은 여러 약속을 했다. 이산가족 상봉, 서울~평양 직항로 개설, 장성급회담 재개, 8·15행사 때 의미있는 인사 파견…. 김 위원장은 이런 말들을 얼마나 지킬까.

그의 약속들이 남한에 공개된 것은 이번 외에 2000년 6·15정상회담 때와 같은 해 8월 우리 언론사 사장단과의 오찬 면담 등이다. 따져보면 그의 주요 약속 7개 중 일부나마 지켜진 것은 2개다.

① 서울 답방(答訪)
김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약속했고, 언론사 사장단에게도 “김 대통령에게 빚을 졌으니 서울에 먼저 가야죠”라고 했다. 그는 이번에도 “적당한 때가 되면”이라고만 했다.

② 양국 정상 간 핫 라인과 휴전선 직항로
2000년 6월 김 위원장은 정상 간 직통전화 개설에 공감을 표했다. 김 위원장은 1994년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 간 남북정상회담 합의 상황을 거론한 뒤 “그때 UN에까지 자료를 부탁했다는데, 김영삼 대통령과 다정다심한 게 있었다면 직통전화 한 통화면 (북한이) 자료를 다 줬을 것”이라고 했다.

직항로에 대해 김 위원장은 6·15, 언론사 사장단 면담, 이번에 모두 같은 얘기를 했다. 서울~평양 간 ‘ㄷ’자 항로를 직선화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무선에서조차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등 진전이 없다.

③ 백두산·한라산 교차관광
김 위원장은 언론사 사장단 면담 중 “연내 100명씩 교차관광시키자”며 “북조선 언론인단이 한라산을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즉석에서 김용순 비서에게 지시했다. 그해 9월 김 비서만 제주도를 다녀갔다. 남한관광단도 백두산에 갔다왔다. 그러나 교차관광은 없었다.

④ 노동당 규약 개정
김 위원장은 언론사 사장단에게 ‘적화통일’을 명시한 노동당 규약에 대해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고, 언제든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남한의 국가보안법 철폐와 연계시킬 이유도 없다고 했다. 북측이 규약을 바꿨다는 정보는 아직 없다.

⑤ 이산가족 상봉과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김 위원장은 이번에 8·15 이산상봉과 화상(畵像)상봉까지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5년 전에도 상봉뿐 아니라 자택 방문, 상설 면회소 설치 등 많은 약속을 했다. 그후 10차례 상봉이 이뤄졌으나 면회소는 아직도 개설이 안 됐다.

경의선 등 철도·도로 연결도 우리측은 2001년 9월 남측 구간 공사를 끝냈지만 북측은 5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공사 중이다.
/ 안용균기자 ag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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