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환·통한문제연구소nkch@chosun.com

14일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은 오랫동안 잊을수 없을 것 같다. “당신이 미국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단도직입적인 질문부터가 그랬다.

“한국민들이 왜 북한인권에 관심이 없는가. 알고 그러는 것인가, 아니면 정말 모르는가”라는 부시 대통령의 물음을 들으면서,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인들은 왜 북한 인권에 관심이 없는가. 정말 모르느냐”고 물어야 하는 것이 뒤바뀐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탈북자로서 북한 인민이 겪고 있는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는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다. 귀국하면서 많은 전화를 받았다.

북한에서 강제수용소 생활을 했던 한 탈북 할머니는 “우리의 한을 풀어줬다”고 울음섞인 전화를 했고, “고맙다” “이제 속이 풀린다”는 격려전화도 많았다.

지금 북한 인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의 이번 만남이 한국에 온 탈북자들, 수십만 북한 정치범들, 나아가 전 북한 인민들에게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탈북자가 쓴 수기가 넘쳐나지만 북한이 어떤 곳인지 아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북한의 실상을 믿지 않고 왜곡된 인식마저 갖고 있는 것은 민족의 불행이다.

북한 인민이 어떤 아픔을 겪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우리가 북한을 껴안는다는 것은 공허한 얘기이고 어불성설이다.

한국에서는 과거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보상도 받고 그 이름 하나하나가 국민에게 알려지지만, 북한 수용소에서 죽어간 수많은 영혼들은 과연 누가 가슴 아파해주고 누가 알아줄까.

귀국 비행기 안에서 이런 생각들이 밀려들면서 혼자 눈물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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