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과 북한 정상이 오는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평양에서 만난다. 분단 55년 만에 최초로 남·북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민족간의 교류·협력을 통해 평화통일의 기반 조성을 논의하게 된 데 대해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 이 역사적 정상회담은 민족적 경사가 아닐 수 없으며, 그동안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대북 포용정책의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도 남과 북의 교전이 잠시 중단된 휴전상태이고, 그것도 북한은 휴전협정 준수의 의무가 없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태에서 정상회담 개최의 시기가 6·25전쟁 기념일 직전이라는 점과, 장소가 평양이라는 점에 대해 한국전 참전용사들로서는 일말의 우려감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50주년 한국전쟁 기념사업을 범 국민적으로 추진하여 역사적 교훈으로 삼고자 하는 이 시기에 그 의의가 크게 훼손되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고 가꾸어 온 호국용사들과 70만 장병들의 명예와 사기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염려되는 부분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길은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국가 건설이라는 역사적 명제 앞에 나아갈 방향이기에 기꺼이 수긍하면서 다음과 같은 향군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먼저 남·북 기본합의서를 무시한 ‘북·미 평화협정’ 반대의 입장을 견지하면서, 보안법 철폐· 주한미군 철수 등 안보 기본사항에 대해서는 거론 및 양보가 있을 수 없음을 강조해야 한다. 국가 정체성과 국기의 근간인 보안법 철폐와 북한의 전쟁도발을 억제하는 힘의 원천인 한·미 연합전력을 와해하는 주한미군 철수는 국가안보의 포기와 같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남·북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현재 북한에서 추진하고 있는 장거리 미사일, 핵무기 개발, 화학무기 대량생산 등 전략무기 확보 및 개발 금지와 휴전협정 및 서해 북방한계선(NLL) 준수, 연평해전과 같은 국지 도발 금지, 대남 비방방송 금지, 남·북한 군사회담 정례화 등 일련의 조치를 촉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남·북 정상간 대등한 지위가 아닌 어떠한 예우도 거절해야 하며, 김일성 동상과 소위 혁명유적지 방문과 같은 북한주도의 우상화 정책에 동조하는 일체의 의식행사 참가를 거부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을 적으로 여기고 싸웠던 참전용사와 호국전몰용사, 그리고 600만 재향군인 회원들을 생각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과 이념적 가치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6·25남침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명확한 유감의 뜻을 전달받음으로써 먼저 가신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뜻을 되새기도록 해야 하겠다. 반 세기가 다 지난 현재까지 미결(미결)의 과제로 남아있는 국군포로 및 실종자 문제도 해결될 수 있도록 북한 측의 성의있는 답변과 대책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대북정책과 정상의 만남은 어디까지나 민족적 차원과 자유, 평화유지의 확고한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하며 안보문제에 관한 한 명확하고 확고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우리 600만 재향군인회 회원 일동은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인 결실을 가져와, 우리의 통일 염원을 앞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을 진심으로 소원한다.

이 상 훈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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