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은 왜 몰래 일본을 방문하려 했을까. 본인은 조사과정에서 ‘관광’이 목적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것이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본 공안당국도 이 부분에 대해선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 국내 정보 소식통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러 갈래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소식통과 전문가들이 가장 유력하게 꼽고 있는 김정남의 방일 목적은 일본의 전자산업 분야 시찰이다.

한 국내 정보 소식통은 “김정남이 북한 ‘컴퓨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이 때문에 그동안 수차례 일본을 드나들었다는 설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 방위청 관계자들 가운데는 “김정남이 아키하바라 전자상가를 둘러보고 전자오락기 등을 구입하려고 들어온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종석(리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과 김일성대학 교수를 지낸 조명철(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등은 “일본의 IT(정보과학)산업 발전상을 직접 보고, 김정일에게 보고하려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남이 도미니카 공화국의 위조 여권을 사용한 것에 대해선, 일본 당국이 북한인들에게 비자를 쉽게 발급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측이 관례적으로 사용해오는 수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더욱이 김정남은 신분 노출을 피하려 했을 것이란 지적(조명철)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한 측근도 과거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들어가다 적발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남의 일본행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이나 북한 경호 관계자들은 몰랐을까 하는 점도 궁금한 대목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조총련에서도 모르게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만약 조총련이 알았다면 공항에서 발각됐겠느냐”고 반문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도 “방문 인원이 김을 포함해 4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부의 허락을 받지 않고 독단적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정남 본인의 주장대로 ‘관광차’ 일본에 갔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아무리 비밀 방문이라고 해도 수행원 숫자가 너무 적다는 점에서 순수하게 개인적 목적(관광)으로 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