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랜드연구소, 통일비용 6700억달러 추정

남북한이 통일될 경우 ‘통일비용’은 최소 500억달러(약 50조원)에서 최대 6700억달러(약 67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미국의 민간연구단체인 랜드연구소(www.rand.org)가 최근 분석했다.

랜드연구소가 미 국방장관실의 의뢰로 작성·공개한 ‘북한의 역설: 한반도 통일의 상황·비용·결과’란 이 보고서는 미국과 한국 간에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 등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9’ 수립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북한 국내 총생산 두 배 확대비용

연구소는 ‘통일비용’의 개념을 ‘통일 4~5년 내에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을 2배로 증대시키는 데 드는 비용’으로 정의했다. 현재 한국의 25~27분의 1로 추정되는 북한 경제의 규모, 통일 후 제도개혁, 군비축소 등 수많은 변수들을 종합해 분석해 본 결과, 최소 500억달러(2003년 미화기준)에서 최대 6700억달러가 든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북한의 통계가 정확하지 않아 통일비용산출에 엄청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말하고 “통일이 될 경우 현재 GDP의 25~30%를 군사비로 충당하고 있는 북한의 군비(軍費)가 현격하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수백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남북한의 경제력 차이가 동서독보다 훨씬 크고, 인구도 북한이 한국의 절반(동독은 서독의 4분의 1)이기 때문에 한반도 통일비용이 독일 통일비용보다 훨씬 클 것으로 전망했다. 통일 당시 동독 주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서독의 20∼30%에 이르렀지만 현재 북한주민의 소득은 한국 국민의 8% 미만이다.

◆세 가지 통일 시나리오

랜드연구소는 “한반도 통일은 예기치 않게 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째는 북한이 중국식 경제개혁과 개방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체제진화와 통합을 통한 통일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경우 남북간 연방체제가 등장할 수 있으나, 이런 식의 통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둘째는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되면서 군대유지 능력이 없어지고 정권이 붕괴돼 북한 정권이 남한에 흡수되는 경우다. 이 경우엔 북한 내 군벌이 출현해 내부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셋째는 남북한이 여러 이유로 무력충돌을 일으켜 통일되는 경우다. 이 경우 미·중은 한반도 질서재구축과 긴장고조 예방을 위해 협력할 것이 분명하다.

◆통일 후의 한국

‘통일 한국’은 미·중의 압력으로 대량살상무기와 관련 프로그램을 통일 즉시 폐기하게 될 것이며 미·중과의 동맹관계 수립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북한을 합쳐 현재 170만명인 군대는 4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고, 주한 미군도 상당수 감축되는 등 한·미동맹관계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았다./워싱턴=허용범특파원 h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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