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5·18을 미국의 배후조종에 의한 음모로 보고 있는 것으로 최근 공개된 북한서적에서 밝혀졌다.

5·18광주민중항쟁을 기술한 북한 서적으로는 국내 처음 공개된 ‘광주의 분노’는 광주시 5·18지원협력관실 안종철(안종철) 전문위원이 지난해 미국 하버드대 엔칭연구소 도서관에서 발견, 복사본을 들여왔다.

조선노동당출판사에서 85년 발간됐으며, 116쪽 분량으로 머리말과 7장의 본문, 맺음말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은 머리말에서 5·18을 ‘광주인민봉기’로 표현, “영웅적 광주인민들의 봉기는 바로 자주성을 위한 성스러운 투쟁의 한 고리였다”고 기술했다.

이 책은 또 ‘정동의 모략’이란 장에서 “이미 80년 1월초 서울 정동 미국대사관에서 미국무부 한국과장과 주한 미대사, 미8군사령관 등이 모여 5·18을 ‘난동’과 ‘소요’로 묘사하려는 음모를 꾸민 뒤 그 ‘지도인물’로 김대중씨를 내정했다”고 기술, 10·26사건과 12·12쿠데타, 5·17계엄확대조치 등이 한국에서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는 미국의 배후조종에 의해 추진된 음모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80년 5월18~19일 광주 상황을 비교적 자세히 묘사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사실과 다른 허점을 드러냈다. 5월17일 계엄확대 소식을 듣고 피신했다가 한참후 검거돼 82년 옥사한 고(고) 박관현(박관현)씨가 5월18일 당일 보안대에 끌려간 것으로 잘못 기술하고 있다.

또 5월17일 전국에 계엄군이 배치되자 서울과 부산, 마산, 광주 등에서 항의시위가 있었고 광주에서의 진압이 더욱 잔인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광주에서만 저항이 있었다.

안 전문위원은 “80년 이후 군사정권의 비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책을 낸 것으로 보인다”며 “세부적인 사실확인이 부족해 우리가 알고 있는 5·18과 상당부분 틀린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현기자 sh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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