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온라인매체인 민족통신의 노길남(61) 대표는 대표적인 ‘친북 언론인’으로 통한다.

이 꼬리표 때문에 노 대표는 마흔 한번이나 직장을 옮겨야 했지만 그는 “소신을 가지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한 번도 후회해 본 일이 없다”며 “다만 가족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강릉 출생인 노 대표는 연세대를 나와 직장생활을 하다 1973년 텍사스주립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스스로 “군사독재 시절 도피성 유학을 떠났다”고 숨김없이 말했다.

“이민 처음부터 ‘빨갛지’는 않았었다. 국내에서 학생운동할 때 소신과 철학은 남아 있었지만 사는 데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는 1980년 5ㆍ18 광주 민주항쟁을 계기로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통일운동에 나섰다.

민족통신을 창간하기까지 미주 한국일보를 비롯 중앙일보, 라디오코리아 등 미국 내 주요 동포언론에서 활동한 그는 1990년부터 언론을 통한 통일운동에 전념했다.

노 대표는 ‘친북’이 항상 붙어 다니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방북이 잦지는 않았다. 1990년 7월 첫 방북한 이후로 지금까지 10여 차례에 불과하다.

첫 방북 후 한 달만에 다시 가 김일성 주석을 면담한 그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 만나는 과정”이라고 확신하고 다른 많은 사람들의 만남을 주선했고, 만날 수 있도록 이벤트를 마련했다.

민족통신은 1999년 5월 창간돼 100여 개 국 100만 명의 독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편집위원 9명과 통신원 15명이 취재와 논평을 쓰고 있다.

다음은 31일 제4회 재외동포기자대회에 참가한 노 대표와 일문일답.

--1990년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는데.

▲이웃집 아저씨 내지는 할아버지 같았다. 카리스마가 넘쳐 위엄이 있을 것이란 생각과는 달리 너무나 평범했고 자상했다. 얼마나 친절했는지 1시간이 금방 갔을 정도다.

--통일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통일은 남북이 만나는 과정이다. 전쟁을 피하고 서로 존중하며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다. 완전한 단계의 통일은 후대에나 이뤄질 것이다. 다만 현재는 1국가 2체제를 인정하면서 상호합의하에 통일을 이룩하는 것을 지지한다. 6ㆍ15 선언은 통일과정의 입구에 해당하는 대사건이었다.

--현재 남북은 통일과 관련, 어떤 단계에 와 있다고 보는가.

▲올해 남북은 6ㆍ15선언 5년을 맞아 장관급 대표단과 민간인 대표단이 만난다. 한 단계 진전됐다. 앞으론 당국과 민간인을 나누지 않고 하나가 되어 통일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6자회담 성사 여부는.

▲6자회담이 열리느냐 안 열리느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6자회담의 핵심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정상화 정책으로 바꾸느냐 안 바꾸느냐가 쟁점이다. 미국이 세계에 이를 호도하고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6자회담은 결국 북ㆍ미 간 정전협정을 푸는 작업이다. 흡수통일은 전쟁을 의미한다.

--북ㆍ미 관계를 전망한다면.

▲조만간 정상화 될 것이다. 이른바 북핵문제는 미국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정상적 관계를 갖느냐가 본질적 질문이고 답이다.

미국이 이 본질을 외면하고 비본질적인 것, 즉 6자회담 참가여부, 핵문제 등만 자꾸 거론하기 때문에 진전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언론의 제대로 된 조명이 필요하다.

--올해 해외동포 6ㆍ15 행사를 소개해 달라.

▲6ㆍ15 행사에 세계 동포 350명이 참가한다. 재미동포 100명은 6월 11일 선양(瀋陽)을 통해 방북한다. 재일동포 100명은 배를 통해, 중국동포 75명은 기차로 각각 북한에 간다. 러시아(22명), 유럽(25) 등의 동포들도 참가한다. 동포들의 통일 열기는 그야말로 뜨겁다고 할 수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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