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올드 레프트(old left)’의 엽기적인 면모가 노무현 정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날이 갈수록 한낮의 태양 아래 그 발가벗은 알몸을 드러내고 있다.

세상의 정의와 진리는 온통 자기들이 독차지했다는 양 우쭐대던 일부 ‘민족민주 투사님’들의 근래의 노는 가락을 보면 이건 아예 막가는 시정잡배의 수준 그것이다.

환히 드러나는 자신의 비리를 두고서 거짓말과 말바꿈을 떡 먹듯 하고, 남에 대해서는 100년 전 일도 샅샅이 뒤져 부관참시(剖棺斬屍)하겠다는 그들이, 자기들 구린 것에 대해서는 오리발과 함구로 내뻗는다.

남의 할배가 마지못해 친일한 것은 이 잡듯 잡아 족치겠다면서, 제 아버지 악질 특무 노릇 한 것은 털도 안 뽑은 채 ‘독립운동가’로 둔갑시키는 그들, 남의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입에 거품을 물고 악다구니하다가도, 막상 자기들이 끗발을 잡고 난 다음에는 하루가 멀다고 온 동네에 권력형 비리의 썩은 냄새를 진동시키는 그들이다.

그런가 하면 왕년에 군사정권을 ‘깡패’라고 비난하던 그들이었건만, 그네들 정권 아래서 그들의 홍위병·탈레반들이 하는 짓거리를 보면 깡패도 이런 깡패가 없다. ‘김대업 작전’에 대해 단 한마디 낭패감을 표할 줄도 모르는 저 두꺼운 철면피는 더 말할 것도 없지만….

머리에 띠 두르고 자본가의 부패를 매도하던 노동귀족들의 취직장사 역시, 이제는 그들이 ‘정의로운 약자’가 아니라 ‘불의한 강자’임을 드러냈고, ‘비료’라는 이름의 뇌물까지 바쳐 가며 조선노동당 ‘민족공조’ 굿판의 들러리로 출연한다니, 이것 역시 저들의 가벼운 몸가짐과 불건강한 속내를 짐작하고도 남게 만든다.

하기야 대법원이 ‘이적단체’로 규정한 한총련 의장을 입북(入北)시켰을 정도니, 그들이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지 알 만한 일이다.

한 술 더 떠 방어용인 패트리엇 미사일 기지의 철망을 부수고 난리를 쳐도 “오냐오냐”에 ‘자주국방’을 내건다.

이들이 왜 이렇게 됐는가? 한마디로 그들의 저주의 철학, 증오의 철학, 그들의 턱도 없는 선민(選民)의식, 그들의 독선, 그들의 무식이 그들을 이렇게 타락시켰다.

그들이 저주와 증오의 아들딸이 되었던 저간의 사연을 이해하고 동정하다가도 그것을 나라의 장래와 바꿀 수는 없다는 절박감에 사로잡힌다.

자기들이 악마라고 규정한 상대방을 쳐부수기 위해 그보다 더한 악마와 계약을 맺었던 그들의 선택은 그들이 기껏 고것밖엔 못 되었음을 의미할 뿐이다. 결국 저들의 정치적·문화적·도덕적 생명력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쇠락의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일단 정권을 한번 잡은 것은 그런대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 이제는 그동안 주눅들었던 세상이 그들 ‘민주투사’들에게 졌다고 생각한 빚을 다 갚은 셈이며, 그들의 어쭙잖은 밑천 또한 부풀림 없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들에 대해 더 이상 신비나 환상을 가질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을 뽑아준, 그래서 그들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꺼내드는 ‘20·30대’와 저소득층이 답해야 한다.

이들은 기성 우파보다 한결 친근하게 다가온 ‘노무현 후보’에 대해 “저이가 우리 같은 사람들에 더 가깝지?” 하며 이 정권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가? 그 덕분에 취직도 더 잘 되고, 보너스도 더 잘 나오고, 재래시장도 더 잘 돌아가고, 밥장사 물장사 목판장사도 더 잘 되고, 미장원 목욕탕 이발소 술집도 더 북적거리고, 시중자금도 더 잘 돌아가고 있는가?

물론 누가 집권해도 세상이 갑자기 좋아질 수는 없다. 그러나 말끝마다 정의투사라던 사람들이 어떻게 저렇게 빨리 타락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민족’ ‘민주’ ‘민중’ 운운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이렇게 힘들게 만들고 있는지, 냉철하게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지식인들도 이 정권의 좌파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의 ‘깽판치기’가 젊은이들과 서민층에게 결코 보다 나은 삶을 보장해 줄 수 없었던 그간의 현실을 과감하게 벗기고 나서야 한다.

대학가에서도 좌파 획일주의, 좌파의 실패에 대한 성찰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 새싹에 물을 부어주고 햇살을 비춰주는 것이 선배 세대의 몫이다.

‘윤리적 자유주의 우파’의 이름으로 기회주의 우파와 실패한 구좌파로부터 대중을 탈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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