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이케 가오루씨.

24년만에 귀국 하스이케 "인간 이순신에 매료됐다"

북한에 납치됐다가 24년 만에 돌아온 일본인이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김훈의 장편 소설 ‘칼의 노래’를 일본말로 번역해냈다.

그는 “잃어버린 세월을 조금이라도 되찾고 싶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일을 찾다가 소설 ‘칼의 노래’ 번역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주인공은 현재 니가타 산업대 등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하고 있는 하스이케 가오루(蓮池薰·47)씨. 그가 번역한 ‘칼의 노래’는 일본 신초사(新潮社)에서 ‘고쇼’(孤將·외로운 장군)라는 제목으로 27일 출간될 예정이다.

하스이케씨는 일본 주오(中央)대학 법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8년 니가타(新潟)현 해변에서 지금의 아내와 함께 납치됐다가 2002년 일·북 평양회담 직후 일본에 돌아왔다. 그는 북한에 있을 때 일본어 자료를 ‘조선어’로 번역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한다.

하스이케씨는 25일 출판사가 마련한 기자회견에 참석, “이렇게 훌륭한 소설을 만난 것 자체가 너무 영광스럽고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을 일본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심했다”는 그는 “일본군이라는 적과 싸우면서, 왕에 의해 목숨을 위협받는 부조리한 상황에서 끊임없이 고독과 불안에 떨며 눈물을 흘리는, ‘인간 이순신’에 흠뻑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줄을 번역하기 위해 사흘이 걸린 적도 있었다”면서 “때로는 김훈 선생과 팩스를 주고 받으며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 북한, 일본이 서로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골라 번역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면서 앞으로는 ‘납치 피해자 하스이케’가 아닌 ‘번역가 하스이케’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정권현특파원 kh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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