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이후 1년 가까이 중단돼 온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측에 확실하게 신뢰감을 줘야 한다는 것이 북측 입장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8일 미국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6자회담 안에서 양자회담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한 후 최종 결심을 하려했다는 입장을 밝히자 조셉 디트러니 미 국무부 대북 협상대사가 지난 13일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를 방문,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와 관련, 외무성은 22일 북ㆍ미 뉴욕 접촉 사실을 확인하고 미국측 입장을 부시 행정부의 언행과 결부해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때가 되면’ 북측 입장을 뉴욕 접촉 라인을 통해 미국측에 공식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북ㆍ미 뉴욕 접촉 이후에도 미국측에서 여전히 대북 적대 발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미국 태도를 주시할 것”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외무성이 문제삼은 발언은 15일 스티븐 해들리 미 백악관 안보 보좌관의 대북 징벌조치 언급과 16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북핵문제 유엔상정 거론 부분.

앞에서는 북한을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뒤에서는 군사적 방법으로 체제를 와해시키려 한다는 강한 대미 불신감을 표출한 것이다.

이 때문에 북ㆍ미 뉴욕 접촉을 전후해서도 북한의 대미 비난과 공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 미국이 6자회담을 통한 핵문제 해결에는 관심이 없으며 회담을 적당히 이어가면서 대북 압살을 위한 시간벌기로 활용해 왔다고 비난했다.

또 외무성은 14일 라이스 장관이 북한을 ‘무서운 정권’이라고 한 것은 “주권국가 인정 발언이 기만술책임을 폭로한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평양방송은 그를 ‘치마 두른 호전광’ 등으로 날을 세웠다.

더욱이 최근에는 ‘작전계획 5029-05’와 ‘콘플랜(CONPLAN) 8022-02’ 등을 집중 거론, 미국이 대북 핵선제공격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의 폐기를 강도 높게 촉구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 주권국가 인정’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 북측 입장이다.

북한이 라이스 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철회와 회담 개최의 조건과 분위기 조성을 미국측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외무성이 “우리가 미국측의 입장을 부시 행정부의 언행과 결부하여 심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때에 이러 저러한 잡소리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는 것은 미국측의 입장이 뭐가 뭔지 혼돈되게 할 뿐”이라고 말한 것은 북한이 ‘최종결심’을 하는 데 혼란이 조성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시한이 길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향후 태도를 지켜 보면서 6자회담 복귀를 저울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외무성이 북ㆍ미 접촉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만큼 미국을 압박하면서 6자회담에 나서려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이 열려 장관급회담이 예정돼 있는 데다, 내달이면 6자회담 중단 1년이 되는 시점이어서 북측으로서도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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