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의 붉은 꽃망울이 백두대간을 따라 수를 놓는 완연한 봄이다. 남·북 정상회담 관계자라면 북한 대동강가에서 모란봉의 철쭉 꽃잎이 떠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꽃잎들이 서해를 따라 남녘의 한강 어귀까지 이르길 기원하며 한민족을 떠올려도 좋을 것이다.

고요한 한강이지만 이 곳엔 먼 옛날 고구려, 백제, 신라가 패권다툼을 벌였던 역사의 현장이 남아 있다. 특히 한민족의 웅비를 상징하는 광개토대왕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아차산이 위치하고 있다. 3국이 마지막 보루처럼 여기면서 뺏고 빼앗기던 곳이다. 그 중에서도 요즘 발굴 작업 중인 아차산성 인근 보루성 유적들은 백제와 신라, 만주와 일본까지 호령하던 고구려의 기상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구리시와 서울대 연구팀은 현재 이 유적 발굴과 조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구리시는 청사 정문에 높이 4m쯤 되는 고구려 북각을 세울 정도로 열심이다. 또 구리시의 어린이들은 답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고구려 핏줄임을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뭣보다 중요한 것은 고구려 박물관 건립이다. 신라 문화가 만발한 경주나 백제의 숨결이 묻어나는 부여 못지않게 구리시 안에 고구려의 기상을 담아야 한다. 그 핵심적인 역할을 박물관이 해야 한다. 문화관광부는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고, 구리시도 더 구체적인 계획을 하루 빨리 실현시켜야 한다. 그 위에 고구려 향기를 담은 문화역사 공간을 꾸려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김 민 수 경기향토사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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