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이 작성한 것으로 보도된 대북 핵선제공격 계획을 담은 ‘콘플랜(CONPLAN) 8022-02’에 대해 북한이 연일 강도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은 지난 19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작전계획(콘플랜) 8022-02’를 작성한 사실은 북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말이 거짓임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며 핵선제공격 계획의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된 담화 내용을 다음날인 20일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 등을 통해 거듭 언급했으며 평양방송은 21일과 22일 양일에 걸쳐 ‘콘플랜 8022-02’을 비난하는 기자 대담 프로그램을 연이어 내보냈다.

북한이 ‘콘플랜 8022-02’을 계속 문제 삼고 있는 것 중 눈여겨볼 대목은 미국의 핵선제공격 계획의 폐기를 명시적으로 되풀이해서 요구하고 있는 사실이다.

조선중앙통신은 21일 ‘위험천만한 핵전쟁 시나리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국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란다면 대북 핵전쟁 시나리오를 전부 백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논평은 ‘콘플랜 8022-02’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이 1974년부터 대북 핵선제 공격을 가정한 작전 계획을 작성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아예 대북 핵선제 공격 계획의 전면 폐기를 촉구한 것이다.

이는 대북 핵선제 공격 계획을 폐기함으로써 그간 수차례 반복했던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발언을 이행하겠다는 실질적 의지를 미국측에 보여달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평양방송이 21일 기자 대담 프로그램에서 “미국이 실지 행동으로 대조선 적대시 핵압살정책 포기와 평화공존의 정책전환을 하는 것과 같은 믿을 만한 성의를 보인다면 조ㆍ미 사이의 핵문제는 순조롭게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구체적 요구 사항을 직접 드러내지 않는 북한식 화법을 염두에 두면 이런 주장은 “미국이 대북 핵선제공격 계획을 폐기한다면 이를 ‘믿을 만한 성의’로 간주하고 6자 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는 뜻을 담은 표현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선제공격 계획의 포기를 요구하고 나선 시점이 조지프 디트러니 미 국무부 대북협상대사가 13일(뉴욕 현지시간)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방문, 박길연 대사와 한성렬 차석대사를 접촉한 이후라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당시 디트러니 대사는 “미국은 북한이 주권국가이며 6자회담 내에서 양자회담이 가능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보도됐다. 이번 북ㆍ미 양자 접촉은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북한이 조평통 대변인 담화 이후 핵선제공격 폐기를 잇달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미국에 대해 ‘침공의사가 없다’는 립서비스 이상의 실행 의지를 보여달라는 메시지로 분석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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