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북관유적도첩’ 중 여덟 번째 그림인 ‘창의토왜도’. 정문부 장군의 승전을 담은 유일한 조선시대 기록화다.

일본이 최근 남북한 합의 후 돌려주기로 한 ‘북관대첩비(北關大捷碑)’의 ‘북관대첩’ 내용을 담은 18세기 기록화 ‘창의토왜도(倡義討倭圖)’가 17일 처음 확인됐다.

북관대첩은 1592년(선조 25년)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정문부(鄭文孚) 장군이 함경북도 길주에서 가토 기요마사(加 淸正) 휘하의 왜군을 격파한 전투. 이 장면을 담은 ‘창의토왜도’는 고려대 박물관이 소장한 화첩 ‘북관유적도첩(北關遺蹟圖帖)’에 들어있다. 높이 41.2㎝, 폭 31㎝ 종이에 그린 채색화로, 1708년(숙종 34년)에 건립된 북관대첩비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아 18세기 초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그림 속 대장기가 꽂힌 성루에는 정문부 장군이 앉아 있으며, 성문 밖에선 말을 타고 왜군을 추격하며 화살을 쏘는 의병들과 화살을 맞고 쓰러진 왜군 등 패퇴하는 왜군들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동안 ‘창의토왜도’는 단지 제목만 언급됐을 뿐 그림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관대첩비는 1708년 함경도 북평사 최창대(崔昌大)가 세웠으며, 1905년 러일전쟁 당시 현지에 주둔한 일본군이 파내간 뒤 군국주의의 상징인 도쿄 야스쿠니 신사 구석에 버려 뒀다.
/ 유석재기자 karm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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