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위기 해결을 위한 공은 부시행정부 코트에 정면으로 넘어와 있다고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말했다고 3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북부 최대 일간지 크로니클은 미 아시아재단 초청으로 최근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뒤, 30일 귀국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이날 3면 상단에 게재했다.

지난 2002년 퇴임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김 전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 야망을 포기하고 국제적 사찰을 허용토록 하려면 구체적인 경제적 보상과 함께 협상 테이블에서 대북 안전보장을 내놓아야다고 진단했다.

지난 28일 숙소인 페어몬트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배를 주린 말에게는 당근을 줘 다독거려야 한다. 먼저 채찍으로 때린다면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미 국방부 국방정보국(DIA) 로웰 재코비 국장이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 정보당국은 북한이 미사일에 핵을 탑재할 기술을 보유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힌 날 나온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외교적 수단을 통한 핵 교착상태의 평화적 해결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크로니클은 그러나 지금까지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해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남북한을 포함한 6자회담은 지난 6월이후 중단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의 목표는 핵 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며 “북한의 목표는 핵 무기 보유가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 안전보증과 필요한 경제적 지원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행정부내 일부 인사들은 과거 원조를 받아 핵 개발로 전용했던 사례를 들어 북한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갖고 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은 핵 무기로 굶주린 국민의 배를 채울 수 없고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느냐 않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안전보장 확보가 그들로서는 생존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6자회담 당사자인 북미 두 나라간 합의이후 평양이 이를 파기한다면 나머지 참가국 5개 나라가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신문에 인용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동아시아연구소 T.J. 펨펠 소장은 대북협상에서 미국이 먼저 주도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했으나 워싱턴내 일부 강경파는 미국의 목표는 협상 보다는 오히려 (평양의) 리더십 교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신문은 ’햇볕정책’ 주창자로 고립이 아닌 대북 포용정책을 강조하는 김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 운동가로 정치적 박해와 투옥, 가택연금, 망명을 견딘 인물로 지난 1997년 대통령에 당선되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공로로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고 소개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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