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가진 것으로 평가”…한 “그렇지 않을 것”

부시 미 대통령과 로웰 제코비 미 국방정보국장이 잇달아 북한의 미사일 핵탄두 탑재 능력에 대해 거론하고 나섰다.

부시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나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히는 등 북한의 미사일 핵탄두 탑재 능력에 우려를 표명했다.

재코비 국장도 같은 날 미국 상원군사위원회 국방 정보프로그램 예산청문회에서 북한이 미사일에 핵을 탑재시킬 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개발했거나 개발 중인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소형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 본토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로 볼 수 있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능력을 갖췄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올해 초부터 여러 차례 제기돼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부시 대통령까지 이 주장에 가세했다는 점에서 종전과는 많이 다른 양상이다.

포터 고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2월 16일 상원정보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 북한이 언제든 미사일 시험을 재개할 수 있고 핵무기 크기의 탄두를 탑재한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미국에 도달시킬 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미국의 이런 평가와 달리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신중한 자세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의 전략무기 개발 정보를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기술을 확보했는 지 여부가 정확히 식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능성’만을 제기하는 것은 불필요한 위기감을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윤광웅 국방장관은 지난 2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기술을 보유했거나 폭격기로 핵무기를 날라 투하하는 방식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윤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쓴다면 IL(일류신)-28 폭격기를 사용해야 하며 이러면 폭탄의 무게가 3.5t을 넘어서는 안되지만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수준은 무게만 4t이 넘는 것으로 학계에서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IL-28에 탑재할 수 있는 폭탄의 무게는 최대 3.5t이지만 북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핵무기 중량이 이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돼 아직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국가정보원도 지난 2월 15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비행기에 실어 투하할 수 있는 재래식 핵무기 1∼2개를 개발했을 수는 있지만 미사일에 탑재해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갖추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500㎏ 미만으로 소형화해야 하는데 북한 의 핵 관련 기술로는 아직 이 같은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판단인 것이다.

하지만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고 사거리 6천㎞에 이르는 대포동 계열의 장거리 미사일 사거리 연장 실험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미뤄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비록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도록 500㎏ 미만으로 소형화하는 기술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사거리 연장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국방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핵탄두 탑재 능력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아주 민감한 문제”라면서도 “탄두 탑재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거리 연장 실험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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