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50년대 북한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영상자료들이 무더기로 발굴됐다.

서강대 사학과 백승종(백승종)교수는 구 동독의 바이마르대 공학 교수였던 에리히 로베르트 레셀(1919~1975)씨가 50년대 북한 복구 지원단 일원으로 파견돼 활동하며 찍은 3000여장의 북한 사진 필름을 그의 아들로부터 입수, 7일 공개했다.

레셀씨는 56년 12월부터 57년 11월까지 동독공산당의 명령으로 30여명의 동독기술자들과 함께 함흥에 파견돼 도시계획팀장을 맡는 등 북한의 전후복구사업을 지원했던 건축전문가였다.

2개월간 이들 사진을 정밀검토한 백 교수는 “56년에서 57년이라는 북한사회의 격동기를 입체적으로 증명해주는 사진들이 많아 이 시기 북한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한우기자 hwlee@chosun.com

◇폐허가 된 흥남은 그대로…

6.25로 폐허가 된 지 몇년이 지나도록 손도 못된 채 방치돼 있던 56년 겨울의 흥남 공업단지. 일제 때 부터 발전해온 북한의 대표적 공업지대였다.

◇사회주의식 결혼식

57년 북한의 결혼식. 배경의 초라한 판잣집이 인상적이다. 이 때는 이미 사회주의식으로 간소화된 결혼식이 장려될 때였다.

◇무·마늘·파 뿐인 시골장터

57년 11월 산골마을인 함경남도 함주군 오로리를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 레셀은 “사고 파는 물건이라야 무 마늘 파 고추 소금에 절인 생선 등이 전부이고 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활력같은 것은 볼 수 없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도회지에서는 협동농장 등으로 인해 시장 자체가 자취를 감춘 상황이었다.

◇동독식 연립주택 등장

레셀 등 동독기술자 30여명이 중심이 돼 57년 여름 함흥에 세운 동독식 연립주택의 모습. 동독의 복구 지원은 북한에 동유럽식 주거 문화 도입이란 이색 현상을 가져왔다.

◇환영! 흐루시초프

57년 6월 함흥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흐루시초프 소련 국가원수 환영식 광경. 그는 이 순간 차에 타고 있었다고 레셀은 메모해 놓았다.

◇사당이 남아있었네…

레셀은 함경도 오지인 흥원지방을 여행하던 중 전통적 방식으로 사당에 제례를 올리고 있던 이색적 광경을 목격하고 카메라에 담았다. 57년에 아직 북한에는 사회주의 혁명의 공백지대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다리 복구중 ‘홍수’

57년 8월 20일경 함경도에는 큰 비가 왔다. 함흥인지 흥남인지 분명치 않으나 레셀은 “복구공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큰 비가 내려 주민들이 만세교에 몰려나왔다”고 적고 있다.

◇김일성 우상화 퍼레이드

레셀이 찍은 사진 중에는 평양 함흥 등 주요 도시에서 이미 김일성 우상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집회 장면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사진은 57년 함흥 시내에서 열린 김일성 우상화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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