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故) 김일성 주석의 93회 생일(4.15) 행사는 예년 규모로 치러진 것으로 평가된다.

5주년이나 10주년 등 ’꺾어지는 해’가 아니라는 점에서 규모가 예년보다 커지거나 새롭게 눈길을 끄는 행사는 없었다는 것이다.

중앙보고대회나 장성급 승진인사, 만경대상 체육경기대회, 군장병의 추모예식 등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열렸고 특이할만 행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해마다 김 주석의 생일 때 치러지던 동상 제막식 등이 없었고 군장성 승진인사의 폭도 좁았다는 점에서 행사 규모가 축소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번 생일행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제7차 김일성화 축전으로 김일성화 명명 40주년을 맞아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까지 행사에 참석했다는 사실이다.

김일성화는 메가와티 전 대통령의 부친인 수카르노 전 대통령이 1965년 4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김일성 주석에게 선물한 난초과 식물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행사는 예년 수준이거나 예년보다 다소 축소된 규모로 치러졌다”며 “해방 및 당창건 60주년 행사에 주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히려 올해 김 주석의 생일행사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소강국면에 들어간 가운데 대미비난 언급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물론 올해 중앙보고대회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미국의 대북 고립압살정책을 거론하면서 ’자위적 핵억제력 강화’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작년보다는 핵문제에 대한 언급이나 대미비난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핵문제와 관련한 추가 조치 여부로 관심을 모았지만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최고인민회의 제11기 3차회의 연장선에서 이해된다.

북한이 ’2.10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무기 불참을 선언했고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6자회담을 군축회담으로 성격전환을 해야 한다고 밝혀 놓고 있는 만큼 미국의 반응을 지켜보려는 것 아니겠느냐는 지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여러 경로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혀 놓은 만큼 당분간 미국의 대응 등을 지켜보려는 것 아니겠느냐”며 “북한은 공이 미국측에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봉주 내각 총리와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의 잇단 방중을 통해 중국측과 입장 조율을 가졌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방북도 거론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추가로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그동안 논의되던 단계적 조치에서 포괄적이고 일괄적인 협상을 미국과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고 협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미국에 대한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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