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mnesty International·국제사면위원회)은 최근 탈북자에 대한 긴급 구명운동을 전개하고 나섰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중국에 대해 탈북자 강제송환 중단을, 북한에는 송환된 탈북자의 인권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 CR)도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의 신문 워싱턴 포스트는 중국이 탈북자 60명을 북한에 강제 송환했다고 보도,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연초에는 사설을 통해 미국 정부가 탈북자 문제 등 북한의 인권 상황에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프랑스 신문 르 몽드도 탈북자들의 참혹한 모습을 보도하면서 프랑스와 유럽의 지식인들에게 탈북자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이렇듯 국제사회에서 탈북자의 인권보호에 관한 관심과 목소리가 커져 가는 흐름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 3월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장만순(장만순) 주 제네바 대사는 ‘탈북자’라는 단어조차 언급하지 않은 채 분단의 고통을 강조하며 두루뭉술하게 연설을 마쳤다.

특히 지난 달 남북 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발표된 후, 정부는 탈북자의 한국 입국 소식이나 탈북자 대책에 관해 말을 아끼는 눈치다.

정부의 고위관리들은 “탈북자 문제를 자꾸 거론해서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며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한 관계자는 “역사적인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탈북자 문제가 공론화돼서 좋을 것이 없다”고도 했다.

성공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민족 내부의 협력 도모는 대단히 중요한 가치이다. 하지만 그 목적도 궁극적으로는 전체 민족 구성원의 복지 증진일진데, 현실정치적 이유 때문에 역설적으로 일부 동포들의 고통은 못본 채 하고 넘어가야 하는 모순된 현실이 실로 안타깝다.

/이하원 정치부기자 may2@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