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成旭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얼마 전 박봉주 북한 내각 총리의 중국 방문은 북핵 협상보다는 중국의 지원과 자본 유치에 주목적이 있었다.

중국은 당근과 채찍이라는 두 가지 카드를 병행했다. 6자회담에 복귀하라는 입장을 상징적으로 전달하여 북한을 압박하는 동시에 북한이 연초부터 강력히 요구해 온 ‘대북(對北) 투자촉진 및 보호협정’ 체결을 수용했다.

미·일의 경제제재로 외자 및 달러 벌이가 봉쇄된 북한은 중국의 자본을 끌어내기 위해 협정 체결이 시급했다.

북한은 “조건이 맞으면 회담에 참가한다”는 외교 수사(修辭)를 전달하고 ‘선물’을 받은 것이지만 중국 입장에서도 크게 반대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우선 작년부터 북한이 중국 기업인에게 평양을 전면 개방하였기 때문에 자신들의 투자 러시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었다.

‘중국인은 (한국전쟁에 이어) 다시 압록강을 건넌다. 이번엔 상인으로서’ ‘조선(북한)에서 금캐기, 그 전망은’ 등 지난해 하반기 발행된 중국 시사지 요망동방주간(瞭望東邦週刊)의 헤드라인은 최근 중국 자본의 북한 진출 러시를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금년 1월 중순 중국 하얼빈시에서 열린 ‘조선반도 투자합작설명회’에서는 “중국의 어제가 북한의 오늘이고, 중국의 오늘이 북한의 내일”이라며 지금이 북한 투자 적기임이 강조됐다.

지난해 4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여 경제 교류협력을 합의한 이후 2004년 북한의 대중(對中) 교역 규모는 13억달러로 전년보다 무려 30%가 증가했다.

북한의 전체 무역액 중에서 대중 무역 규모는 60%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2월 베이징에서 발족한 중국의 ‘차오화유롄(朝華友聯) 문화교류공사’는 사실상 대북 무역 전문 국영기업이다.

북한은 중국에서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남포시를 개성·금강산과 유사한 개발특구로 육성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또 화교(華僑)가 밀집한 함흥에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 새로운 경제개방구역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문도 있다.

중국 자본이 지난해부터 압록강을 건너기 시작한 것은 2002년 7월 경제관리개선 조치 이후 중국 기업들에 대한 일종의 ‘우대’와 깊은 연관이 있다.

중국 기업에 대한 세금 인하 및 좋은 기업 환경 조성 등은 중국 기업인들에게 평양이 10년 안에 시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게 했다.

또한 중국으로서는 김정일 이후까지도 대북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외교적 목표가 있다.

중국의 입김이 경제 영역까지 확대될 경우 역사에 이어 경제 분야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은 자연스럽게 완성된다. 동북 3성의 경제권이 한반도로 확대되는 것이다.

북한의 안방이 중화경제권에 점령당하는 현실은 한국 입장에서 매우 우려할 만하다. 더구나 이런 추세는 개선되기보다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989년 이후 악조건 속에서 남북경협에 참여해 온 남한 기업들은 물류(物流)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북한측에 인적·물적 자원의 육로 수송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북한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협력사업 이외에는 남한에게서 더 이상 크게 얻어낼 것이 없다는 판단으로 중국 자본에 대문을 활짝 열고 있는 것이다.

중국 자본에 대한 의존은 북한이 거부해 온 ‘외세 종속’이다. 한반도의 북부가 중국의 동북3성 경제권과 한국 경제권 중 어느 쪽에 편입될지의 여부는 21세기 한민족의 진로에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북한은 빨리 북핵 사태를 해결하고 남한이 제안해 온 경제공동체 형성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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