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남북 여자복서들이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세계타이틀전에 동시에 출격해 나란히 타이틀을 따내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30일 중국 선양에서 열린 3대 타이틀매치에서 한국의 최신희는 마리벨 주리타, 북한의 김광옥은 마키 고야가시로(일본), 류명옥은 마리아나 후아레스(멕시코)를 꺾으며 동시에 승전가를 부른 것.

북한의 리문명 조선권투협회 서기장은 경기 전날 이들 선수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우리가 반드시 타이틀을 모두 따내자”며 격려했지만 사실 이날 3대 타이틀 석권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기에 기쁨이 배가 됐다.

복싱 전문가들조차 이날 경기에서 IFBA 밴텀급 챔피언인 김광옥의 승리는 확신한 반면 도전자인 최신희와 류명옥의 경우 백중세를 예상했다.

하지만 최신희와 류명옥은 남북한 응원단이 모두 집결한 중국 선양 땅에서 반드시 챔피언 벨트를 매겠다는 의지로 이변을 일으켰다.

특히 최신희의 상대인 주리타는 지난해 9월 IFBA 플라이급 챔프 결정전에서 판정패를 안겼던 강호라는 점에서 도전이 쉽지 않았다.

경기에 앞서 링사이드에 엎드려 기도를 하면서 마음을 다잡은 최신희는 지난해와 달리 주리타에게 난타당하지 않고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는 지능적인 플레이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8회 들어 버팅으로 눈썹 부위가 찢어져 의사가 경기가 힘들다는 소견을 내리자 최신희는 “저 할 수 있어요. 제발 더 뛰게 해주세요”라며 하소연했고 결국 7회까지 중간 점수 합산으로 챔피언에 등극하자 그제야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류명옥 또한 파이팅이 돋보였다.

300여명에 달하는 북한응원단의 일방적인 함성 속에 링에 오른 류명옥은 초반부터 후아레스에 몰매를 가하며 매서운 펀치를 과시했다.

더구나 류명옥의 상대인 후아레스는 지난해 11월 한국 최초의 여자복싱 세계챔프인 이인영을 무너뜨린 강적이라 이날 승리는 북한이 한국 여자복싱의 한을 간접적으로 풀어준 셈이다.

아울러 김광옥 또한 마키 고야가시로를 상대로 1차 방어전을 성공했고 북한의 최은순 또한 주니어플라이급 논타이틀전에서 일본의 기구치 나나코를 꺾으며 일본의 콧대를 눌렀다.

이날 경기장의 3분의 2정도를 채운 북한응원단은 최신희 경기를 비롯해 남북한 선수들이 펀치를 날릴 때마다 기립 박수를 보냈고 남북한 임원진은 눈물을 글썽이며 두 손을 맞잡고 환호성을 불렀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