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협상전략(원제:오버 더 라인·Over The Line)’의 저자인 척 다운스 전(전) 미국 국방부 아-태지역 부국장은 10일 조선일보와의 회견에서 “북한이 나쁜 행동만 하지 않기를 바라는 미국의 개입정책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운스씨는 지난해 출간한 ‘북한의 협상전략’에서 북한은 비합리적이지만 협상전략은 놀라울 정도로 일관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현재 미 공화당 정책위원회 국제안보-외교 선임 자문역으로 있으며, 이번에 자료수집차 방한했다.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비판하는 이유는.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개입정책(engagement)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유화(유화·appeasement)정책을 쓰고 있다. 개입정책은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으로, 유화정책과는 다르다. 클린턴 행정부의 접근법은 매우 위험한 것이며 자기기만(self-delusion)이다. ”

―당신은 일방적으로 북한을 ‘악의 나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북한은 3가지 목적 때문에 외국과의 협상에 나선다. 내부의 규율 확립과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탄압, 경제적인 이익, 군사력 증강을 정당화할 외부 긴장관계 조성 때문이다. 그런데 서방세계는 북한을 둘러싼 문제가 단지 평화롭기만을 바랄 뿐이다. ”

―그렇다면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하나.

“필요에 따라서는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할 때 주변국들이 이를 무시해야 하다. 예를 들어 미사일 실험발사는 분명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나.

“김 대통령의 인도주의에 기반한 햇볕정책이 북한주민을 돕는 것에 대해서 찬성하고 지지한다. 최근 러시아 국경을 넘다가 붙잡혀 중국으로 인계된 탈북자 7명을 비롯한 난민을 돕는 것에 찬성한다. 문제는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아니라 클린턴 대통령의 유화정책이다. 미국은 한국의 중요성을 무시한 채 북한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

―남북한 관계에 있어서 미국의 바람직한 역할은.

“미국은 김정일로 하여금 북한의 미래가 한국과의 관계개선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게 해야한다. 한국은 북한이 지향해 나아가야 할 모델이다. 미국은 북한이 좋은 행동을 하도록 설득해야지, 나쁜 행동만 하지 않기를 바라서는 안된다. 미국은 물러 서서 한국의 햇볕정책 증진을 도와야 한다. 개입정책의 목적은 김정일 정권이 고급 술을 마시고 군사력을 증강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 ”

―당신은 저서에서 북한은 일단 협상에서 합의하고 난 후, 2단계 합의내용 재해석(reinterpretation)과 3단계 합의사항 부인(disavowal)을 거치는 전략을 사용한다고 했는데 현재 진행되는 미-북회담도 그렇게 되리라고 보나.

“그렇다. 미-북회담은 현재 1단계에 있다. 북한은 익숙한 협상전략 그대로 1단계인 현재 뭔가 잘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아마 3~6월쯤 되면 2단계에 들어가 미국을 난처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8월이면 3단계에 들어가 합의사항을 부인할 것이다. ”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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