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3일의 외신기자회견에서 현대그룹을 정면 공격한 것을 계기로, 한나라당과 현대의 ‘악연’이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총재는 정부의 재벌 정책을 비판하면서 “현대그룹의 정씨 일가는 최근 경영권 세습을 둘러싼 추악한 싸움을 벌였다”며 “현대, 대우와 같이 이 정권과 가장 가까운 재벌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효율적 투자 행태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경제가 불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4일 “현대는 지난 대선 때 DJ 쪽에 줄섰고 우리 쪽엔 눈길도 주지 않았다”며 “정권교체 후 IMF 상황에서도 유독 현대만 자동차, 반도체, 투자신탁 등으로 팽창 일로를 걸어왔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 따르면 현대는 지금까지 열린 한나라당 후원회에 한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8월의 중앙당 후원회 때는 현대와 다른 한 그룹이 후원금을 내지 않았으나, 그 ‘다른 한 그룹’은 나중에 후원금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이 현 정권 햇볕정책의 기수로 나서면서 한나라당의 감정은 폭발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98년 11월부터 ‘현대가 북한을 지원하고 그 반대급부는 국내에서 특혜로 받는, 정권과 현대의 거래설’을 집중 제기했다. 작년 8월30일부터 9월10일까지는 거의 하루도 빼지 않고 ‘현대 주가 조작 몸통 수사’를 요구하는 성명·논평을 쏟아내며 청와대의 현대 ‘편들기’를 비난했다. ‘현대는 북 노동당 간부들을 위한 기쁨조 공급회사인가’라고도 했다.

이한구(이한구) 정책실장은 이날 현대가 발표한 현대투신 사태 수습책에 대해서도 “수습책을 뜯어보면 알맹이가 없는데도 정부가 수용한다고 한다”며 “정부와 현대가 짜고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양상훈기자 jhy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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