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리비아에 핵물질을 수출했다고 미국 정부가 한 달여 전 아시아 동맹국들에 통보한 정보는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미국 워싱턴포스트지가 20일 보도했다.

문제의 6불화우라늄은 북한이 파키스탄에 수출한 것을 파키스탄이 다시 리비아에 제공했다는 것이다. 미 행정부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북한에 대한 압박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북한이 직접 리비아에 핵물질을 수출한 것처럼 정보를 조작했다는 것이 이 신문 보도의 골자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 직전 단계의 물질인 6불화우라늄을 파키스탄과 리비아 중 어느 쪽에 팔았는지에 따라 사건의 성격이 크게 달라진다. 파키스탄은 이미 실질적인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어 북한이 파키스탄에 핵물질을 수출하더라도 중대한 사태 진전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북한이 핵 개발 의혹을 받던 리비아에 대해 핵물질을 수출했다는 것은 곧바로 북한의 위험한 핵 확산 모험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한 것이 북한의 핵 보유 선언과 6자회담 거부를 불러왔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 언론들이 2월 초 북한이 리비아에 6불화우라늄을 수출했다는 보도를 내놓을 때부터 파키스탄이 제공자일 수 있다는 이야기는 있었다. 때문에 워싱턴포스트의 이번 보도에서 문제의 핵심은 미 행정부가 고의적으로 정보를 왜곡했는지 여부다.

미 행정부가 대북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일본 중국 정부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면 미국의 정보 신뢰성과 도덕성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관한 정보는 미국이 압도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을 미국정부가 자신의 구미에 맞게 적당히 가공하거나 왜곡해서 관련국에 제공한다면 공조(共助)의 기본 바탕인 상호 신뢰가 손상될 수밖에 없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2월 초 한국을 방문해 북한의 핵물질 수출 관련 정보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의혹을 가리려면 정부가 이때 미국으로부터 전달받은 정보 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이번 의혹을 그냥 묻어두어서는 한·미 간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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