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욱(金炯旭)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 사건과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납치사건과 관련한 핵심자료가 현재 국정원에 남아 있지 않으며, 일부는 폐기된 의혹이 있는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1973년 미국에 가 반체제 활동을 벌이던 김 전 부장에 대한 중정의 자료를 입수했으나, 김씨가 1979년 10월 1일 파리에 도착하기 직전 시점부터의 동태보고 자료는 일절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그로부터 며칠 후인 10월 7일쯤 실종됐다.

진실위는 이에 따라 관련 자료가 의도적으로 폐기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실위는 이상열(李相悅) 당시 주불 공사(중정 파견) 등 관련자의 증언을 구하고 있으나, 이씨 등은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김씨 실종사건의 경위나 배후는 이상열씨가 입을 열지 않는 한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실위는 또 김 전 대통령 납치 사건에 대한 자료도 찾았으나, 극히 일부만 남아 있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 납치 사건은 이후락 당시 중정부장이 개입을 시인한 바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만일 이 두 사건이 상부 지시에 의한 작전이었다면 애당초 기록이 별로 없었을 것”이라며 “설령 기록이 있었다 하더라도 영구 보존되는 것은 아니고 일정 시점에 파기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충일 진실위 위원장은 16일 ‘인터넷 언론인 포럼’에서 “국정원의 과거 의혹사건 관련자료는 다 파기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두 다 남아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진실위는 김씨 실종사건과 DJ 납치 사건을 제외한 인혁당과 민청학련 사건 KAL 858기 폭파 사건 중부지역당 사건 동백림 사건 정수장학회 사건 등 나머지 5개의 우선 조사 대상 사건에 대한 자료는 상당량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용현기자 justic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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