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시턴 카터 前 美국방부 차관보 밝혀

미국은 1차 북핵위기가 불거졌던 지난 1994년 북한 영변에 있는 핵시설을 공습하는 훈련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애시턴 카터 하버드대 교수는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1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조선일보 주최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북핵문제에 직면했던 지난 94년 나는 북한 영변 핵시설을 겨냥한 공습계획을 지휘했다"고 밝혔다.

그는 1990년대 말 클린턴 정부 당시 미 대통령의 대북 특사였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함께 방북했고, 1993∼1996년 구소련의 군축과 핵확산 금지, 미 핵무기와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국방부 국제안보 정책부문 차관보를 지냈다.

물리학자이도 한 카터 교수는 "당시 하루 이틀 안에 영변의 연료개발 및 재처리 시설 등을 폭파시킬 수 있는 훈련을 실시했다"며 "당시 나는 그 어떤 핵이나 방사성 등 환경문제 없이도 시설을 공격을 단행할 수 있고 결정적으로 북핵 프로그램을 저지시킬 수 있다고 미 국방장관에게 말한 바 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당시 나는 핵시설을 파괴하면 핵프로그램은 와해된다고 생각했었다"며 "물론 이는 한반도 전쟁 발발 위험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런 공습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터 교수는 "많은 미국인들은 지형도 다르고 특히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서의 전쟁은 인명 등 모든 피해가 이라크와는 비교할 수 없는 한국에서의 전쟁이 이라크에서의 그 것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행히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외교노력을 통한 합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개발 기조가 계속된다면 큰 재앙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이 지역의 많은 국가들은 핵무기를 갖지 말아야 한다"며 "핵무기가 북한의 손아귀에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카터 교수는 "만일 북한체제가 와해돼 김정일이 다른 국가에 핵을 판매할 경우 전 인류에게는 엄청난 재난과 파괴를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적 노력이 성공할 지 확신할 수 없으며 3년 전만 해도 긍정적이었지만 오늘은 낙관적일 수 없다"며 "6자회담은 좋은 접근방법이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6자회담 도중에도 북한은 지난 3년간 의도대로 진행해왔기 때문에 완전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그는 "이에 대한 책임은 북한에게도 있지만 미국, 한국, 중국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3개국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는 사실 김정일과 협상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으며, 북한정권은 국민을 학대하는 불량국가로 생각한다"며 "북한에 어떤 변화가 있다하더라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정부도 유사한 정책상의 문제가 있다"고 언급한 뒤 "특히 한국의 대북정책은 좋게 말하면 미국에 다소 혼란스럽게 비쳐진다"며 "철도, 금강산관광, 경제특구 프로그램 등 한국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든 포기하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중국도 타당성 있고 논리적인 정책이 없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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