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리비아, 북한 등에 핵기술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파키스탄 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의 조직이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고 워싱턴 소재 핵감시기구인 ’과학ㆍ국제안보연구소(ISIS)’가 2일 보고서를 통해 주장했다.

ISIS가 핵기술 조직의 국제적 성격을 탐구해 CSIS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이 공동 발간하는 국제문제전문 계간지 ‘워싱턴 쿼털리’ 봄호에 내놓은 보고서는 “다른 조직들이 현재 없거나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전혀 확신할 수 없으며 칸 박사의 조직이 앞으로 재건되지 않으리라는 확신도 없다”고 지적했다.

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과 콜리 힌더슈타인 부소장의 공동 연구로 나온 보고서는 칸 박사의 조직을 “최초이면서 최고로 정교하고 매우 성공적인 불법알선 조직”이라고 규정했다.

파키스탄에서 지난 1998년 5월 핵실험을 가능케 한 국민영웅 칸 박사는 지난해 2월 이란, 리비아, 북한 등에 핵기술을 제공했다고 공개 시인한 후 가택 연금됐다.

미국과 다른 정보기관들은 이들의 활동을 때때로 포착했지만 지난해 초 미국 정부는 칸 박사의 핵기술 유출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들이대며 파키스탄을 압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칸 박사는 파키스탄이 무기급 우라늄 생산에 사용했던 가스 원심분리 프로그램을 판매하기 위해 1970년대에 이 조직을 만들었다.

칸박사와 동료들은 자신들의 수입 업무를 국가간 불법조직으로 서서히 발전시켜 가스원심분리기, 생산설비, 핵무기 디자인 등을 이슬람 국가들에 판매해 이익을 남기고 국제 조직원들에게 부수적인 사업 기회도 제공했다.

보고서는 “칸 박사는 돈 때문만 아니라 서구의 핵기술 장악에 대한 이슬람주의와 적대감에도 영향받았다”며 2003년 이 조직은 대중에 노출되면서 진정한 범국가조직이 돼 핵심 기술자들은 파키스탄에 있었지만 다른 조직원들은 스위스, 영국, 아랍에미리트,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등에 퍼져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조직은 전세계의 제조업체와 공급업체도 이용해 P1, P2로 부르던 2가지 타입의 원심 분리기를 이 업체들을 통해 판매했다.

회전자가 알루미늄으로 된 P1 원심분리기는 1990년대 중반 이란에 판매됐고 이때 파키스탄 핵 프로그램에서 폐기된 장비 500대도 함께 판매됐다.

회전자가 강철로 돼 있어 우라늄 농축기능이 P1타입보다 우수한 P2 원심분리기는 리비아에 판매됐으며 리비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1만대를 주문했다고 보고했다.

보고서는 원심분리기는 대략 100개의 서로 다른 부품으로 구성돼 있어 1만대를 판매할 때는 부품이 100만개에 달한다며 이는 칸 박사의 조직이 기술전문가, 기업, 공급자, 작업장 등을 절묘하게 조율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판매 품목들이 생산되면 조직은 허위 최종사용자 증명서를 부착해 두바이로 보냈고 두바이에서 새로 포장돼 리비아로 전달됐다.

보고서는 아프리카에만 약 6개의 작업장이 산재해 있고 말레이시아에서도 알루미늄 부품 공장이 있어 리비아로 판매된 부품의 15%를 조달했으며, 터키의 작업장은 유럽에서 부품에 필요한 부속들을 수입했고, 남아공에서는 원심분리기에 6불화우라늄을 넣고 빼는 핵심장비를 만드는 작업장이 있었다고 전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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