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은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한 지난달 10일 북한 외무성 성명에 대해 “어제 오늘의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고 말했다고 교도(共同)통신이 6자회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핵무기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평양을 방문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적대정책 때문에 자위를 위해 제조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구체적인 핵무기 제조시기와 양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한편 왕 부장에게 6자회담 복귀를 위한 4가지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이 통신이 베이징발로 보도했다.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왕 부장에게 미국에 의한 ‘안전보장’ 대등한 자격의 협의 약속 신뢰할 수 있는 조건 제시 북한을 압제국가로 규정한 명백한 이유 설명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는 지금까지 북한이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를 고집한 데서 한 단계 구체화된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왕 부장과의 회담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을 ‘압제국가’의 하나로 지목한 사실을 들어 “어쩌겠다는 건지 명백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왕 부장이 6자회담 틀 안에서 미국과의 양자협의가 가능하다고 설득한 데 대해 “지금까지 3차례의 회담에서 미국은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우리와 대등하게 대화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면서 “그래서는 회담이 무의미하다”며 애초에는 6자회담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 도쿄=정권현특파원kh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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