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일각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결의안을 추진했으나, 중앙위원회에서 표결로 부결됐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는 외무성 성명을 발표한 것은 10일이다. 민노당 지도부인 최고위원회는 다음날(11일) “미국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만 강조했다.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한 비판과 포기 요구는 없었다.

이에 대해 일부 중앙위원들은 “어떤 이유에서건 북한의 핵 보유는 용인될 수 없다”며 특별결의안을 추진했다.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과 함께 북한의 핵 보유도 반대한다는 ‘비핵지대화’ 당론(黨論)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19일 열린 민노당 중앙위는 이 특별결의안에 대한 찬반 표결을 했다. 중앙위원 200명 중 118명이 반대해 결의안 채택은 성공하지 못했다.

민노당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는 운동권 진영 다수는 북핵 문제에 있어 미국의 우선 책임론을 전개하면서 북한에 대한 비판은 금기(禁忌)시해온 것이 사실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작년 11월 “북핵이 자위수단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일리있는 측면이 있다”고 한 이른바 ‘LA발언’ 때도 일부 중앙위원들 사이에서 동감을 표시하는 의견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노당의 북핵 반대 결의안 추진은 국회에서 가장 급진적인 정당에서 북한을 정면 비판하며 핵포기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운동권에선 ‘과감한’ 시도로 평가받을 만했다. 그러나 결국 “미국 책임이 더 큰데, 무슨 양비론이냐”는 반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의안을 찬성하는 이연재 대구시당 위원장은 “북한은 핵 보유라는 전략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을 대변하는 게 아니므로 우리의 나름의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측의 이정미 최고위원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 없이 지금 이런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고, 정병오 중앙위원도 “미국을 주되게 비판하는 결의안으론 부족하다”면서, 북핵 반대 결의안에 반대했다.

한편 한재각 정책연구원은 당 홈페이지 글에서 “제대로 된 정신을 가진 진보정당이라면 핵무기로 국내외적 갈등을 해결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단연코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핵무장에 대한 입장은 세계적으로 진보와 보수정치를 가르는 상식적인 기준으로, 반핵(反核)을 외치는 데 망설였던 진보정당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북한 핵에 대한 당 지도부의 태도를 정면 비판했다. / 정우상기자 imagi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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