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관영 매체로서는 처음으로 인민일보의 국제문제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가 19일 북한 핵 보유 선언에 대한 분석기사를 보도, 중국 정부의 이 문제에 대한 시각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환구시보의 기사는 인민일보 등 중국 주요 언론이 일제히 전재했다.

환구시보는 ‘왜 북한은 갑자기 강경해졌나’란 제목의 분석기사를 통해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하고 나선 이유를 네 가지로 분석했다. 다음은 환구시보 보도를 요약한 것이다.

①미국 정부의 북한 자극론

미국 정부의 최근 대북 강경 발언이 북한을 자극했다. 북한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재선 이후 대북정책을 주시했으나 기대에 못미쳤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북한이 전 세계를 속이고 핵무기 개발을 계속해 왔다” “북한 주민은 폭압정권 치하에서 겁에 질린 채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는 등 북한의 감정을 건드리는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②국제사회 이목 끌기용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이 있다. 북한은 2003년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준비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

이번 선언도 미국이 이란 핵 개발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을 시기에 나왔다. 북한은 미국이 주도하는 각국 핵문제 해결 계획에 끌려가지 않으려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 핵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일 뿐 6자회담에서 실제로 발을 뺄 생각은 아니다. 결국 이는 미국을 압박해 양보를 얻어내려는 담판 전략이다.

③6자회담 입지 제고용

6자회담에서 입지를 높이기 위한 시도일 수도 있다. 한성렬 국제연합(UN)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지난 11일 언급했듯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 대화를 원하는 등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회담 테이블에 앉고 싶어한다.

④당사국 반응 타진용

북핵 당사국들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응수 타진용일 수 있다. 제3차 6자회담 후 미국은 한국, 중국, 일본 3국을 상대로 차기 회담 개최를 논의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이런 움직임을 불안하게 여겼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북핵문제에 있어 점차 공개적으로 미국과 거리를 두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북한의 심중은 알 수 없다.
/ 베이징=조중식특파원 js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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