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여러 요인으로 실패했으며,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 당사국 협의체를 북한의 붕괴에 대처하기 위한 동북아 안보기구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리즈대학교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활동해 온 아이단 포스터-카터 명예선임연구원은 17일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노틸러스연구소(www.nautilus.org) 웹사이트에 "6자회담 실패"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포스터-카터는 이 글에서 6자회담에 대한 희망은 북한의 지난 10일 핵무기 보유선언으로 산산조각이 났다면서 이제는 6자 회담이 실패로 돌아간 배경을 여러 모로 신중하게 따져볼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회담에는 48명의 통역이 필요했다는 잭 프리처드 전 대북교섭 담당 대사의 말을 내세워 회담 자체가 짜임새 없이(unwieldy) 진행됐다면서 6자 회담 당사국들이 북-미간 직접 대화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한 대목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6자 회담) 진행과정(process)을 진전(progress)으로 착각하기도 했다"며 북한이라는 말(horse)이 물을 마실 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물가로 끌어내려는 데만 너무 급급한 나머지 결과적으로 "1보 전진-2보 후퇴"꼴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 ▲조지 부시 행정부가 실질적으로 북핵문제 해결에 전력투구하지 않은 점 ▲회담 당사국인 한국, 중국, 러시아가 `냉전이후의 당근 축(a post-Cold War axis of carrot)'을 형성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문제점을 비판하지 않는 것을 회담 실패의 한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미국을 제외한 6자 회담 당사국 중 일본만이 유일하게 자국민 납치문제와 연계시켜 북한에 대해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정책을 추구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6자회담 프로세스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또다른 위험스런 오락행위"라며 당사국들의 6자회담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하면서, 북한은 2개의 핵프로그램은 물론 화학ㆍ생물학 무기, 재래식 무기, 위폐제조, 마약거래, 인권남용 등으로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스터-카터는 이런 요인들로 6자 회담은 실패했다고 규정하고 이제 북한을 제외한 5개 당사국 협의체를 북한의 붕괴에 대비한 동북아 안보기구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6자 회담으로 북한의 정치상황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지만 북한은 현재 강경파와 온건파 간에 벌어지고 있는 투쟁으로 인해 더 이상 안정이 용납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스터-카터는 "북한문제의 핵심은 끔찍할 정도로 실패한 김정일 정권이 언제 어떻게 종말을 맞을 것인가로 요약된다"며 관련국들은 북한 정권의 붕괴라는 엄청난 지형변화를 막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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