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들이 갈갠다고 해서 놀랄 것은 없다. 원래버릇이 그런 게고 요즘 도수가 좀 잦은 것은 허장성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같이 맞삿대질 말고 두고 보다가 정 갈개면 그 때 한번 따웅을 지를 필요가 있다.”

‘갈개다’는 남을 해롭게 하며 몹시 사납게 굴다는 뜻이며, ‘따웅’은 호랑이가 크게 울부짖는 소리를 말하는 의성어로 ‘어흥’보다 센말이다.

이 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과거 “적들의 책동이 심해지고 있을 때” 한 일꾼에게 했다는 얘기라며 북한 평양방송이 13일 소개한 내용이다.

적이 자꾸 건드리더라도 일단 대꾸하지 말고 있다가 결정적일 때 한 번 강하게나갈 필요가 있다는 논리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배짱’을 치켜세우는 이런 방송 내용은 처음 나온 것은 아니지만지난 10일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에 따른 파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다시 한번 내용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방송은 이런 김 위원장의 ‘어록’을 상기시킨 뒤 지난 1993년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정세로 몰고 갔던 1차 핵위기 당시 상황을 되짚어 나가면서 마치 최근 상황을 빗대고 싶어하는 듯한 인상도 풍겼다.

“20세기 후반 미제는...다른 나라를 군사적 힘으로 누르고 거머쥐려고 책동했다.
..그러나 미국에 맞서 싸우는 나라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조선이었다...김정일 장군님을 최고사령관으로 모신 강군이 있었기에 승리만을 떨칠 수 있었다.”

아울러 한 외국 신문이 다뤘다는 ‘김정일 특집’을 인용, “1993년 3월 조선반도정세를 통해 국제사회는 그이(김정일)의 담력을 절감했다.

조선은 미국의 위협에 준전시상태 선포로 맞섰고 국제원자력기구의 특별사찰 강요에 핵무기 전파방지조약(NPT) 탈퇴라는 폭탄선언으로 대응했다. 그때 클린턴 행정부는 부득불 협상으로 전환했다”고 방송은 주장했다.

이어 “부시 행정부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나라를 집어삼키면서도 조선에 대해서는 어쩌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것은 김정일 영도자의 담력과 의지, 군사적 예지에 기가 꺾이기 때문”이라고 방송은 덧붙였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